▲겉그림
필요한책
그 너무나도 가벼움에 울다가세 걸음도 못 걷네 (21쪽)거울 가게의 앞에 와서문득 놀라버렸네추레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나여서 (33쪽)
노래를 짧게 읊어 봅니다. 글잣수를 맞추기도 하고, 조금 홀가분하게 이야기를 펼치기도 하는 짧게 읊는 노래에는 삶을 지으면서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을 담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도 짧게 노래를 읊으나, 글을 안 쓰는 사람도 짧게 노래를 읊어요.
꼭 종이에 글로 적바림하지 않더라도 입으로 가만히 읊으면서 기쁨이나 슬픔을 노래합니다. 곁에 있는 동무나 이웃한테 노래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물려받습니다. 일하다가, 놀다가, 쉬다가, 살림하다가, 문득문득 짤막하게 노래를 읊습니다.
참 슬픈 것은목이 마른 것까지 참아가면서추운 밤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때 (61쪽)어떤 사람이 전차에서 바닥에 침을 뱉는다여기에도내 마음 아파지려고 하네 (79쪽)<한 줌의 모래>(필요한책 펴냄)는 1886년에 태어나서 1912년에 숨을 거둔 이시카와 다쿠보쿠라는 분이 지은 석 줄짜리 짧은 노래를 들려줍니다. 기쁠 적에는 기쁜 마음을 가만히 담고, 슬플 적에는 슬픈 마음을 눈물로 담습닏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가 볼 적에는, 또는 서른이나 마흔이나 쉰이나 예순……이라는 나이로 볼 적에는, 스물일곱 앳된 나이에 숨을 거둔 이웃나라 시인 한 사람이 백 해도 앞서 남긴 짧은 노래가 대수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적거나 많아야 기쁨이나 슬픔을 더 느끼지 않아요. 젊은 사람도 짊어져야 할 삶이란 무게가 있어요. 젊기 때문에 딛고 서야 할 살림이란 무게도 있고요. 그리고 누구는 서른 마흔 쉰 예순 ……을 살더라도 서른조차 못 살고 이 땅을 떠나니, 스물일곱 젊은 시인이 읊는 노래에 흐르는 기쁨이나 슬픔은 퍽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