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선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공소장과 국선변호인 선임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피고인의 상태를 확인한다. 솔직히 구속된 상태라면 약간의 한숨이 나온다. 접견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불구속 사건에 비해 내용이 복잡할 가능성도 크다. 피고인을 만나보기 전에 검찰에 가서 사건기록을 복사해야 한다.
근래에는 스캔이 가능해져 휴대용 스캐너를 이용해 사건기록을 스캔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복사기만 이용할 수 있어 두꺼운 사건자료를 들고 일일이 복사해야 했다. 그것도 기록을 복사하려는 이들이 많으면 먼저 온 사람의 복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복사가 끝나면 기록 중 개인 자료를 일일이 찾아서 삭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화번호나 주소,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다양한 개인정보들을 일일이 칼로 잘라내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이 소요된다. 이렇게 확보한 사건자료를 일일이 검토하고 피고인을 만난다.
국선변호사의 어려움, '돈'과 '신뢰'구속사건은 사전에 접견신청을 하고 시간에 맞춰 구치소를 방문해야 한다. 입구에 소지품을 맡기고 접견실에 가면 피고인이 나온다. 피고인과 이런저런 사건 이야기를 하고 가장 처음 확인하는 것은 범죄를 자백하는지 여부다. 흔히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무죄를 주장하는 형사사건 1건을 맡느니 민사사건 10건을 맡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무죄를 주장하는 형사사건에는 품이 많이 들어간다.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주요 증거를 부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술자 등 증거와 관련된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원이 많거나 증인신문절차가 지연될 경우 재판이 한없이 늦어지고는 한다. 간혹 현장검증까지 필요하다면 속절없이 하루를 빼먹고 판사, 검사, 피고인 그리고 법원 직원들과 현장에 다녀와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재판이 끝나면 국선변호인은 사건을 다시 꼼꼼히 복기해야 한다. 변호사 보수증액신청을 위해서다. 사안이 복잡할 경우 보수는 약간 증액된다. 사건자료가 500장이 넘으면 약간, 공판기일 출석이 2회를 초과하면 30% 이내, 피고인 접견횟수가 1회를 초과하면 30% 이내 등, 이러한 식이다. 국선변호사는 한 사건 당 약 30만 원의 보수를 받는데 소소한 증액 사유를 모아 신청하면 많게는 50만 원 정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국선변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정작 사건의 난이도, 고된 노동, 낮은 보수가 아니다. 피고인과의 신뢰다. 류승완 감독의 2010년작 <부당거래>에는 불량 국선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에게 "그러면 국선 아니면 내가 정신 나갔습니까? 당신 같은 사람 변호하게. 제가 국선변호하면 얼마 받는 줄 아세요? 30만 원 받아요, 30만 원. 그럴 일 없으면 돈 많이 주고 좋은 변호사 선임하세요"라며 되레 화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