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법정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인들의 망언이 쏟아졌다. 손석희 앵커는 이 모든 상황을 개탄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JTBC
한편 국회에서는 박근혜 전 정권 시절 국회 하청업자 노릇을 했던 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성소수자를 새로운 사상검증 도구로 개발해 개혁인사의 중용과 개혁입법에 제동을 걸 태세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15일자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지금 모든 개혁은 국회 앞에서 멈춰있습니다. 정치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모두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임기는 짧습니다. 임기 후반부에는 개혁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집권 초기 1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개혁의 첫걸음은 국회를 바꾸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모든 개혁을 가로막고 특권만 누리려는 국회의원들을 그대로 두고 무슨 변화를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민들은 쉼없이 촛불을 밝혔고, 결국 박근혜 전 정권은 탄핵심판으로 쫓겨났다. 최근 1000만 촛불 시민들은 독일의 비영리 공익·정치재단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주는 2017년 인권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적폐세력'들은 이 상황이 못내 못마땅한가 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적폐가 쉽게 청산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든 시민들 역시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흐름들을 보면 과연 적폐의 중심에 선 자들이 과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녔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나 국정농단이 드러난 지 1년이 가까워오는 지금 시점까지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고, 온갖 비리를 자행했던 두 전직 대통령들은 정치보복 운운하는 광경을 보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손 앵커가 앵커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잠시 목이 잠긴 건, 권위 있는 상을 받았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촛불시민들의 심경이리라.
적폐청산은 시대적 과제임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 그렇다고 마냥 서글퍼할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은 적폐청산이 더욱 가열차고, 엄정하게 이뤄져야 함을 일깨웠다.
독일의 사회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는 자신의 사진시집 <전쟁교본>에서 히틀러를 향해 독설을 쏟아 붓는다.
"저기 저것이 하마터면 세계를 온통 지배할 뻔했었지다행히도 민중들이 저것을 제압했어. 하지만 난 자네들이 축배를 들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어저것이 기어 나온 자궁이 아직도 생산능력이 있기에"이 글에서 '저기 저것'은 바로 히틀러다. 사회주의자 브레히트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히틀러를 패퇴시켰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브레히트는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며 경고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것이 기어 나온 자궁이 아직도 생산능력이 있기에'라는 마지막 구절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이 구절의 의미는 히틀러를 있게한 전체주의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브레히트는 히틀러를 몰아냈다고 전체주의가 사라진 게 아니며, 경계를 늦추면 언젠가는 다시 등장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브레히트의 경고는 적폐들의 아우성이 날로 들끓고 있는 현 대한민국 상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박 전 대통령 하나를 몰아냈다고 해서 사회의 적폐들이 일거에 청산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적폐들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경계를 늦추는 순간 부활할 공산이 크다.
앵커브리핑이 인용한 작가 한강의 작품 <흰>을 다시 인용한다.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 자신의 고국이 단 한 번도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적폐들에게 봄을 내줄 수 없다. 더 나아가 죽은 자들에게 고국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적폐청산은 법과 원칙은 물론 현 시국의 위중함을 함께 고려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지난 겨울 광장을 밝혔던 촛불은 다시 타올라야 한다. 비단 광장에서만이 아니라 국회에서, 법원에서, 검찰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이렇게 다시 타오른 촛불은 적폐청산의 화룡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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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멘 손석희 앵커, 촛불 시민의 울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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