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게임즈(본사)와 개발사의 인원·입사율·퇴사율 (출처 : 크레딧잡, 2017년 10월)
박준도
이런 과정들은 당연히 비정상적인 이직률로 나타난다. 넷마블게임즈(본사)의 퇴사율은 13.8%다(3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퇴사율 9.4%, 2016년 경총 조사결과). 넷마블 본사의 퇴사율도 높은데 개발사의 퇴사율은 아예 상식 밖이다.
20% 선을 넘나드는 내부 개발사가 7개나 되고, 대규모 구조조정 사업 분할이 있었던 넷마블 블루와 넷마블 앤파크는 100%가 넘는다. 반대로 높은 퇴사율과 함께 입사율이 40% 선을 웃도는 내부 개발사도 7개나 된다.
이렇게 높은 이직률은 넷마블의 내부노동시장이 대단히 불안정하다는 걸 의미한다. 동시에 게임개발 노동자의 고용관계가 단절되거나 권리가 승계되지 않을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넷마블의 게임개발 노동자는 대부분 정규직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늬만 정규직이었던 셈이다.
숨겨진 노동, 잊혀진 권리넷마블의 이와 같은 고용형태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시정명령을 회피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2017년 2월 기획근로감독 당시, 인수 합병된 개발사의 경우 감독대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이 개발사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넷마블을 위해 밤새 일한 야근수당을 받지 못했다. 마이어스, 인피니티, 넷마블 에스티 등이 대표적이다. 돌연사한 노동자가 있었던 마이어스의 근무기록을, 고용노동부는 아예 들여다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넷마블의 각종 QA업무를 담당하는 아이지에스도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빠져 있었다.
넷마블 게임즈는 이익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일상적인 업무지시는 물론 인사총무업무까지, 퍼블리셔로서의 권한 이상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임금(초과근로수당)과 고용(프로젝트 드롭과 전배), 산재 문제(과로사) 등 개발스튜디오 체제 뒤에 숨어 노동법상 책임은 전혀 지고 있지 않다.
영업 양수양도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도 근로기준법상 대표적인 사각지대인데, 인수합병은 개발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중 하나다. 넷마블은 이 점을 철저히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불행히도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에 시행된 초과근무수당 지급대상에서도 빠졌다. 2014년 2월 ~ 2016년 1월 근무해서 넷마블을 위해 일했지만, 보상금 지급은 아니라는 것이다. 넷마블에서는 아직 당사자들에게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넷마블 과로사 사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지난 10월 12일 넷마블 국감에서 지적된 것은 첫째, 넷마블의 초과근로수당 산정이 잘못되었다는 점, 둘째, 야근 근절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는 점, 셋째 넷마블 직원들의 과로질환이 매우 우려된다는 점, 넷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실권자로서 책임져야 할 당사자라는 점 등 네 가지다.
하지만 방준혁 의장의 책임 있는 사과는 없고, 스스로 약속한 초과근로수당 지급마저 임의적으로 과소 집행한 넷마블에게서 자정능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넷마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당사자인 게임개발 노동자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건 넷마블에서의 과로사·과로질병 관련 재발방지대책이다. 우리는 넷마블 네오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과로사라는 것만 알고 있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원인을 알지 못한다. 원인을 알지 못한 대증적인 요법으로는 문제를 은폐시킬 뿐이다. 더구나 대표적인 과로질병으로 알려진 질환으로 치료받은 노동자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원인파악이 필요하다. 역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한 만큼, 연장근로 제한한도를 위반한 사업주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넷마블 사태는 단순히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사태가 아니다.
두 번째로 넷마블의 주 50시간 노동체제를 해체시켜야 한다. 바로 포괄임금제다. 넷마블의 밤 10시까지의 근무를 정당화시킬 뿐만 아니라, 공짜야근마저 종용한다. 연장근무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적 동의권을 사전에 박탈함으로써 노동권에 대한 게임개발자의 인식을 약화시키기조차 한다. 출퇴근기록에 대한 보유 의무를 강화하면서 포괄임금제를 불법화하려는 노력들이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충분한 인력 확보다. 넷마블에서의 장시간 노동은 결국 두 사람 분의 일을 한 사람이 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넷마블에서의 장시간 노동을 감시하는 것과 동시에 인원 충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네 번째로, 넷마블의 고용시스템에 대한 노동법적 규율이 필요하다. 앞서 보았듯 계열사간 인수합병으로 신규채용을 대체하거나 퇴사율이 높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결국 개발스튜디오 체제에서 비롯한다.
현행법상 규율을 강제하거나 공동사용자 법리와 같은 입법적 대안이 필요하다. 게임업계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넷마블식 고용시스템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청년노동자들 노동법상 사각지대에 방치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21세기 신흥 부자라는 명예를, '청년의 꿈을 볼모로 노동 착취'한 곳에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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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흥 부자' 명예, 이런 곳에 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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