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년 디제이의 음악 믹싱에 장애인 학생들은 신나게 춤을 추었다.
조호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사업비(1800만원)를 따낸 해남보호관찰소 배상혁(45) 주무관은 재능을 가진 보호소년 12명을 선발했고 팀 이름을 '땅끝 do dream'으로 정했다.
지난 6월 시작해 100일 동안 진행한 재능기부 공연 프로젝트는 의기소침하게 지내는 농어촌 보호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연습이 끝나면 고기 파티를 열었고 1박2일 수련회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달래며 마음을 모았다. 소년들끼리는 카톡방을 만들어 친교를 나누었다.
어려운 것은 연습보다 모이는 것이었다. 완도, 진도, 강진, 장흥군에 흩어져 사는 소년들은 불편한 교통 때문에 힘들어했다. 연습이 끝나면 막차가 끊겼다. 해남보호관찰소 직원들은 퇴근을 뒤로 미루고 소년들을 데려다주었다. 부모 이혼과 가출 등의 불우한 환경 속에서 꿈과 희망이 꺾인 채 사는 소년들이 짠하기도 했다. 시골 특유의 정을 주고받으면서 어떤 소년은 보호관찰이 끝났는데도 그만두지 않고 공연에 참여했다.
해남보호관찰소 곽성채(47) 과장은 "우리가 보호하는 소년들은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불우하지만 순박하다"면서 "순간의 실수로 보호관찰을 받게 된 소년들을 낙인찍기 보다는 위로하고 격려해주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이번 재능기부 공연이 소년들에게 일생에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자 배상혁 주무관은 달뜬 표정을 지었다. 배 주무관은 "연습에 빠지거나 게을리 한 아이들을 혼내기도 했는데 오늘 멋진 작품을 만들어 주어서 눈물 날 정도로 고맙다"면서 "매사에 자신이 없는 아이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했는데 멋지게 해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갖게 된 것이 공연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라고 기뻐했다.
"부모님 일을 도우면서 꿈을 펼치겠습니다!"공연을 마친 보호소년들의 표정이 밝았다. 자신의 디제잉에 즐거워하는 장애인 관객들의 모습에 들떠 무대에 잠시 올라 춤까지 추었던 디제이 광수, 그의 어깨에 걸쳐진 검정색 옷은 꿈의 날개처럼 보였다. 광수는 명사십리 해수욕장 인근 펜션과 섬마을 치킨집에서 배달 알바를 해 모은 돈으로 홍대 근처 DJ학원을 다닐 계획이다. 광수는 "홍대클럽을 휘저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형민이는 기획사의 연습생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만의 음악의 길을 걷기 위해서란다. 오는 12월까지 6, 7곡의 힙합 곡을 만들어 자비 앨범을 만들 계획이란다. 앨범에는 섬소년의 꿈과 포부, 자신의 힘들었던 성장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민이는 "택배를 하는 부모님을 도우면서 힙합가수의 꿈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도 출신 힙합가수의 등장을 기대한다.
공연을 밝힌 주인공은 혜영이다. 흥부 아내 역을 맡았던 혜영이는 무대를 여는 사회를 보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등 연습과 공연 내내 팀 분위기를 밝게 했다. 혜영이가 모델의 꿈을 이룰지는 알 수 없으나 밝은 표정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눈망울이 큰 소녀 현진이는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위해 고향 강진을 떠날 계획이다. 현진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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