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사넬노동조합 위원장13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희훈
"아이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엄마, 나 마음 치료 받고 싶다'고. 내가 너무 놀라 '왜?'라고 물었는데 고민이 많아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했다. 건강했던 아이가 마음에 병이 들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라도 고정 휴일이 확보됐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잘 자라'고 인사라도 편안하게 하도록 말이다."엄마의 소원은 한 달에 두세 번이라도 주말에 쉬는 것이었다.
13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거대 이슈들이 줄지어 오르는 가운데, 감사 끝 무렵인 오후 5시 50분께 김소연 샤넬노조위원장이 참고인석에서 어색한 얼굴로 일어났다. 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 샤넬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20년차 서비스직 노동자였다.
"백화점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1시간 일하고 금요일과 주말에는 12시간 일한다. 퇴근 시간이 너무 늦어 아이를 전혀 돌보지 못한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힘들다."김 위원장은 아이 이야기를 전하며 이따금 울먹였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심리치료를 받고 싶다고 스스로 이야기했을 때, 엄마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주말, 평일 모두 반나절 가까운 노동에, 주말 휴일을 보장 받지 못하는 백화점 판매직의 업무 특성상 아이와 "교감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백화점 노동자들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샤넬노동조합' 인터넷 카페만 들어가 봐도, 백화점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올린 아우성이 가득하다. 주말 없는 노동은 물론이고, 압박스타킹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근무환경까지. 진상고객을 대하는 감정 노동은 기본 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