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17학번 김지은'을 만든 수원여성의전화 강선화 활동가는 "누구나 공동체 구성원이기 때문에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조력자 등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수원여성의전화, 지은이들
이 밖에도 '17학번 김지은'엔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주인공 '지은이'는 여성으로 짐작되는 캐릭터지만 치마를 입거나 긴 머리의 모양새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적'이라 여겨지는 특징에서 벗어났다. 캐릭터를 만들 때 남성을 '기본값'으로 하여 여성의 이미지를 덧대어나가는 문화에 균열을 내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는 게 강 활동가의 설명이다.
또 달력엔 여성 관련 일정을 기재하면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왁싱샵 여성 노동자 살인사건 등 최근 일어난 젠더폭력 사건을 포함시켰다. 매뉴얼 뒤편엔 부록을 첨부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젠더 용어들을 정리했고 성범죄 관련 법령, 여성지원센터 연락처, 피임 정보까지 넣었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학생들이 구성한 내용이다.
"너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제멋대로 가슴을 만지고 공공장소에서 엉덩이를 더듬으며 창피를 주는 그 남자는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다. 정말 너를 사랑한다면 너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너의 기분을 세심하게 살폈을 것이다. 짜릿함을 즐기고 싶다며 콘돔 없이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친구를 받아줄 이유는 없다." ('17학번 김지은' 44쪽, '지은이가 지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 너의 몸은 장난감이 아니다')강 활동가는 "여전에서 진행하는 상담 숫자는 한정돼 있으니 통계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맡았던 사건 중에 대학 내 데이트 폭력, 성폭력이 많았다"며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학내 성폭력 사건도) 그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매뉴얼을 통해 사소하다고 느껴지던 행위들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7학번 김지은'은 수원여성의전화 홈페이지(
관련 링크)에서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