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름을 알 수 없는 게 돌 틈에 잔뜩 붙어있습니다. 물 찬 제비 같은, 보습이 잘 된 여린 피부 같은, 물컹물컹하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선홍색 줄무늬가 명정한... 형언하기 어려운 형태의 이 생물이 무엇일까요.
김학현
역시, 돌 틈 사이에 바다고둥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길쯤한 게 바다고둥이고, 납작한 고둥은 뭔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고둥의 일종일 듯합니다. 돌 틈 사이로 납작게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칩니다. 내친김에 돌 하나를 들추니 납작게 두 마리가 호들갑을 떨며 다른 돌 속으로 들어갑니다.
납작게, 고둥, 굴... 돌과 친한 이들의 이름은 대강 알 것 같은데 내가 도저히 이름을 알 수 없는 게 돌 틈에 잔뜩 붙어있습니다. 물 찬 제비 같은, 보습이 잘 된 여린 피부 같은, 물컹물컹하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선홍색 줄무늬가 명정한... 형언하기 어려운 형태의 이 생물이 무엇일까요.
바위와 바위 사이 틈새에 영락없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둥이 없는 자리에는 이들이 위엄을 자랑합니다. 처음에 볼 때 입이 열린 모습이었는데 건드리니 오므라드네요. 먹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독자 중에 이 물건(?) 이름 알면 알려주세요. 하하하.
모르는 건 더 이상 신경 안 쓰는 게 신상에 좋죠? 얼른 여를 나와 오르막길 앞에 섭니다. 올라가면 두여 전망대가 있다고 안내 표지판이 일러줍니다. 긴 등산코스는 아니지만 숨을 헐떡여야만 전망대에 닿을 수 있습니다. 기지포에서 보았던 것 같은 평지 전망대는 아닙니다.
꽤 높은 곳에 있어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소나무도 가까이 없어 먼 바다까지 볼 수 있습니다. 바다를 향하여 오른쪽으로는 방금 다녀 온 두여해변, 안면해변입니다. 왼쪽으로는 밧개해변이 보입니다. 이 동산에서도 역시 소나무의 늠름한 군락을 감상하는 것은 다른 해변길과 다르지 않고요. 해송과 육송이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멀리 외로운(?) 섬 한두 개가 보입니다. 오른쪽으로는 태안반도의 왼쪽 리아스식 해안이 눈에 들어오고요. 정확히 지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섬, 선명하게 보이는 섬, 섬이 아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섬처럼 보이는 곳, 이곳에서는 200도 정도는 다 보입니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보고도 모르는 곳이 있고, 안 보고도 아는 곳이 있다는. 고향은 지금 안 보여도 잘 압니다. 이곳은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은데도 모릅니다. 허. 고향과 타지는 이렇게 나를 구분 짓는군요. 하지만 두여해변의 여를 밟은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전망대의 조망은 덤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