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전직 국정원 직원 모임 양지회의 사무실.
연합뉴스
퇴직 국정원 직원 모임인 양지회는 심리전단의 핵심 파트너였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직후 '퇴직 직원을 활용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다. 이후 원 전 원장은 서울시 근무 시절부터 각별했던 전직 양지회장 이아무개(81)씨와 만났고, 이씨는 기획실장 노아무개(63)씨에게 사이버 대응 활동을 지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지회 사이버동호회에서 많게는 150여 명의 회원이 국정원 직원과 협력해 불법 댓글 활동을 벌였다.
이런 일은 양지회의 공식 업무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씨는 양지회 회장으로 재임한 2009년 4월 이사회에서 "노인이라고 가만히 있지 말고 얼마든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할 능력이 있다"라며 "기본계획을 어떻게 하고 발전시키는지 하는 문제는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고, 국정원과 협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2011년에 회장을 맡은 또다른 이씨는 원 전 원장 초청으로 국정원에 방문해 사이버 동호회 150여 명이 심리전단과 긴밀히 협의해 다음 아고라 등 정부 비판 성향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실장 노씨는 '다음 아고라 활동'을 본인의 공적으로 과시했고, 그 결과 양지회는 사이버동호회에 연말 포상을 수여했다.
국정원도 외곽팀 중 가장 중추적 역할을 했던 양지회에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수십 대의 컴퓨터를 설치해주고, 중간 간부를 보내 동호회 회원들을 상대로 교육도 실시했다. 총선 직후인 2012년 5월 양지회 행사에 강사로 참석한 한 심리전단 중간간부는 회장 이씨와 기획실장 노씨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건넸다.
검찰은 "수사 결과 일부 회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양지회' 최고위 관계자들이 국정원과 연계하여 대규모로 계획적, 조직적인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라며 "현재 나머지 외곽팀들 및 담당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상당 부분 진행되었으므로, 추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만간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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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설치해주며 댓글부대 독려한 'MB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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