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후문 부근에 위치한 패시브 하우스와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
권우성
폭염특보 33일, 열대야 19일. 올 여름 서울에서 발효된 폭염주의보와 열대야 일수다. 그야말로 펄펄 끓었다.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를 켜고 찬물로 샤워할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참을 수 없다면 실내 적정온도인 26도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가만히 있기도 힘들다. 사람들은 고민 끝에 에어컨 냉방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전기요금 더 나아가 기후 변화 등을 떠올리면서, 잠시 후 에어컨을 끈다.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은 반문했다. 그도 전기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무작정 전기 소비를 줄이거나 아무리 덥고 추워도 참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00년대 초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을 했어요. 당시 내복 입기 캠페인을 한창 했는데, 한계를 느꼈죠. 사실 내복을 입어야 하는 건 맞지만 어떻게 보면 무조건 참으라는 거니까요. 너무 더운데 여름철 적정온도 26도, 추운데 겨울철 적정온도 18도에 맞춰놓고 일을 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요. 그런 환경을 만들어놓고 무조건 참으라고만 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일을 잘 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추 소장이 찾은 지속가능한 방법은 패시브 하우스다. 패시브 하우스는 태양광을 설치해 전력을 얻고, 단열 공법을 이용해 건물의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건물을 말한다. 환기는 하면서도 창문, 문, 벽 등으로 온기와 냉기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건축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추 소장은 이를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독일에서 10년을 살면서 저에너지 건물 공법을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패시브 하우스를 짓기 시작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패시브 하우스로 개조했다. 1층은 건축사무소로, 2층은 집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원래 있던 단열재보다 2~3배 두꺼운 단열재와 창호를 사용했다. 단열제 두께만 240~280mm에 달한다. 창문틀에 스펀지를 넣어, 바람을 막고 에너지가 새어 나가지 않게 했다. 조명도 LED로 다 바꿨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그 결과 전형적인 빨간 벽돌집은 에너지 사용 제로에 가까운 새하얀 집으로 재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