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청년 윤이상 연주단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는 이하나씨는 “윤이상 선생님은 한국보다도 오히려 유럽에서 유명하시니까 그 분의 곡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꼭 윤이상의 음악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작곡가를 선택했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우리 같이 클래식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국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이하나
윤이상의 현대음악을 들려줄 '청년 윤이상 연주단'의 멤버 12명 중 한 사람인 이하나(29·숙명여대 대학원 재학)씨가 밝힌 오디션 참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씨는 필자와 인터뷰 하는 내내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인 민요와 국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로 공부하러 가던 상황도 그렇고 윤이상 음악을 선택했던 이유도 명확했다.
"오디션을 볼 때, 윤이상 선생님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닙니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더욱 그래요. 오히려 유럽에 있는 외국 학생들은 종종 있는데 말이죠. 조금 아이러니하죠?(웃음)"그렇다고 그가 국악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었다. 대신 학창시절부터 한국무용과 협연으로 연주할 기회가 많았다.
"제가 아는 지인이 한국무용과 교수님인데, 현악기랑 국악을 접목하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분과 종종 협연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관심이 늘었던 거 같아요. 한국무용이나 국악의 힘이 보통은 아닌 거 같아요. 뭐랄까. 제가 가늠하기 어려운 내공이 있는 거 같아요. 학교에 다니면서도 국악을 듣는 걸 멈추지 않았고요." 이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오디션을 응하면서도 이 부분을 계속 생각했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상황에 민요는 조금 아쉽고, 조금 더 호소력 있는 곡이 필요해 국악을 선택했다.
"윤이상 선생님은 한국보다도 오히려 유럽에서 유명하시니까 그분의 곡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꼭 윤이상의 음악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작곡가를 선택했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우리 같이 클래식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국 작곡가의 곡을 연주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봐요. 곡은 비로소 연주로 실현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윤이상이나 진은숙과 같은 한국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해야 하는 사명감 같은 것이 생기더라고요." 이씨에게 윤이상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유럽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한국 학생들이 아니라 오히려 유럽의 학생들에게 관심 받는 윤이상 선생님의 상황을 보면서 그는 오히려 우리의 것을 놓치는 것 같은 기분이라 전했다. 음악이 악보에서 그치지 않고 진정한 음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후배들이 연주해주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해석한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