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문화예술재단 최용호 이사장 댁 차례상
최용호
얼마나 간소하게 지내길래 모범이라고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사진을 참고해 보자. 작은 상 위에 포도와 사과, 배, 감, 귤, 바나나 같은 과일이 놓여 있고, 그 뒤로 떡 한 접시와 물 한 잔이 차례 음식의 전부다. 한쪽에는 국화 한 다발도 단정하게 놓여있다.
차례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밤 대추, 식혜도 없고, 어렵게 쪄내야 하는 생선이나 전도 한 조각 없다. 20년 전부터 이런 차레상을 차려왔고, 가까운 어른을 모시는 기제사 때도 마찬가지로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는 제사상을 차린다고 한다.
최용호 이사장은 "돌아가신 분의 영을 맑게 하기 위해 초와 향을 켜고, 맑은 술과 신선한 과일들로 제사와 차례를 지내고 있다. 과하게 상을 차리는 것은 돌아가신 분을 위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 준비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일반화된 차례상과 제사 형식은 조선시대 '주자가례'에서 유래됐다.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 '주자가례'나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 '어동육서'와 같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형식보다는 오히려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살아 있는 후손들이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올리는 것이 예법에도 맞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최용호 이사장 댁도 처음부터 제사나 차례를 간소하게 지냈던 것은 아니다. 불교 공부를 하고 그것이 유교 예법에도 어긋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렇다면 집안 사람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최 이사장은 "내가 제일 어른이라서 특별히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집안 제사를 지내는 장조카에게도 뜻을 잘 설명하니 이해하고 따라주더라"고 말했다. 삼형제와 며느리들의 반응은 물론 대환영이었다. 최 이사장은 "복잡한 전통 방식을 고집하면 젊은 주부들이 제사를 기피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해도, 안 좋은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그게 예법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8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