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9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창당위원회 최고운영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소연
당대표 취임 이후 40여일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민의당은 과연 달라졌을까.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가고 있는 중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의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장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존재감을 반짝 부각시킨 것을 제외하면, 국민의당의 위상과 지위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한국당과 차별화되는 정책적 비전을 발견하기 힘든 데다, 중요 사안마다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등 기존의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당내 혁신을 위한 시스템의 변화나, 침체돼 있는 당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새로운 인재의 영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당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안 대표가 당대표로 취임할 무렵과 그 이후의 정당 지지율이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안 대표가 당대표가 되기 직전인 8월 4주차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6.7%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9월 4주차 조사에서는 6.6%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한자리수 박스권에 갖힌 모양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바닥의 정점을 찍었던 4%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컨벤션효과도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는 안 대표의 재등판이 국민의당의 지지율 반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호남지역의 민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호남지역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각각 17.4%와 14.0%를 기록했다. 안 대표 취임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호남지역이 국민의당의 최대 지지기반이면서 동시에 민주당과 경쟁해야 하는 격전지라는 점을 상기하면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문제는 리베이트 의혹 파문의 여파로 호남지역 민심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이후 두 당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각각 59.4%와, 58.6%를 기록하며 국민의당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짧았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실망스러운 결과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현실이 녹록한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국민의당의 앞길이 그야말로 구만리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안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새정치'의 참신함이 사라졌다. 2012년 안 대표는 새정치를 앞세워 기성 정치에 혐오와 염증을 느끼고 있던 유권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안 대표의 트레이트 마크는 어느덧 새정치에서 '기계적 중립'과 '양비론'으로 바뀐 모양새다.
구태 정치를 혁신하겠다면서 그와 상충되는 행보를 자주 보여주고 있는 것도 비판의 온상이다. 지역감정에 기댄 낡은 정치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반문정서'나 'SOC 호남홀대론' 같은 당리당략적 정치공세를 적극 구사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중도의 함정에 빠진 나머지 주요 국가 정책이나 이슈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이 그 비근한 예일 터다. 국가 중대 현안에 명확하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인의 미덕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 역시 뼈아프다.
여전히 불분명한 정체성과 노선도 논쟁의 대상이기는 매한가지다. 보수표심을 의식한 안 대표의 노골적인 우클릭 행보가 지난 대선 실패의 주된 요인이었다는 것은 국민의당이 자체 출간한 대선백서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창당할 당시부터 시작된 국민의당과 안 대표의 정체성 논란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단골 화두다.
국민의당의 핵심 기반은 야당성향의 호남을 중심으로 한 중도진보층이다. 그런 점에서 충성도 높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안 대표는 보다 명확한 철학과 노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당대표 출마를 즈음해 안 대표가 새롭게 밀고 있는 개념인 '극중주의'에서 보듯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안 대표의 때이른 정치 복귀에, 그에게나 국민의당에게나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안 대표의 재등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은 정체성과 노선, 시스템과 조직, 정책과 비전, 대여 관계, 정당 지지율 등 여러가지 면에서 기존의 모습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안 대표에게 고도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일 테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달라지지 않으면 바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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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당대표 취임 40여일, 국민의당 위상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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