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리낚시낮은 곳에서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합니다. 미꾸리낚시의 이파리는 이미 단풍이 완연합니다.
김민수
노인장대는 해마다 큰 키로 피어나고, 주얼주렁 매달린 탐스러운 꽃은 축축 늘어집니다. 이름때문에 드는 생각이겠지만, 무거운 꽃이 축축 늘어진 것이 마치 구부정하게 허리굽은 노인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허리가 구부정하게 되도록 고생하셨던 어머니, 구부정한 허리가 추하게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구부정해진 어머니의 쇠약한 육체를 보면서 어머니의 뼈와 살을 먹고 살았으므로 대충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 왔습니다.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젠 나도 어느덧 중년을 넘어서 노년을 향해 가고 있는데, 내 나이 부모님들처럼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아직 가을은 완연하진 않습니다. 몇몇 일년초들 중에서도 미꾸리낚시는 완연하게 단풍이 들었습니다. 땅으로부터, 낮은 곳으로부터, 약한 것들로부터 단풍이 듭니다. 어쩌면, 역사의 서막도 저 아래 약한 것들로 지칭되는 민중으로부터 시작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추석입니다.
가을 들판, 부모님 묘지 가는 길에 만난 것들로부터 큰 위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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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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