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투르시 성드보르작의 고향 넬라호제비스에 잇는 성
강명구
푸르고 평화로운 블타바 강과 잘 보존된 아름답고 장대한 고성, 사방을 둘러싼 숲을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에 어느새 음들이 요정처럼 동행한다. 어느덧 나그네의 발걸음은 천재적 음악가의 미적 감각이 조화를 부린 악보처럼 구성된다. 사실 드보르작은 천재적 음악가는 아니라고 한다. 가을 햇살도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장인의 손가락 같이 경쾌하다.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도 교향곡의 한 소절 같이 들리는 듯하다.
무대의 커튼이 올라가며 지휘자의 은은한 손짓이 허공을 휘젓기 시작하면 첼로의 남성적 선율이 사랑을 속삭이듯이 감미롭게 소리의 물결을 일으킨다. 뻐근한 몸을 일으켜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펴고 아침 햇살에 어둠이 무대의 커튼 젖혀지듯이 물러날 때 나는 아다지오의 매우 느리게의 속도로 대지의 현을 켠다. 아직 몸이 달구어지지 않았다. 활기찬 발바닥과 만나는 가을의 대지는 악기의 공명판처럼 작은 두드림에도 섬세하게 반응한다. 대지의 반응은 곧 전신을 타고 심장으로 전해진다.
위로 호른이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좋다. 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의 음을 연주하고 어느 순간 호른과 플릇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 나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내게 힘을 주는 모든 이는 조금씩 다른 음색의 소리를 내면서 혼연일체가 되어간다. 이때쯤 나는 온몸의 모공이 열리며 발걸음은 경쾌하게 리듬을 타고 앞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