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동은 현재 대규모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많은 쪽방들을 철거했다.
김민수
도시 재생사업으로 인해 쪽방촌이 사라지고, 현재 그 자리에는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주거소외계층을 수용할 '공간'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크게 없다 보니, 무허가 숙박업소를 찾아 달라고 복지사들 에게 요청하거나 졸지에 거리에 다시 내몰리게 되는 분들도 많다.
"쪽방도 많은데, 재활정착 하시는 분들도 관리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분들은 마음의 상처가 많습니다. 그래서, 혼자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사랑 그루터기 쪽방 상담소는 '주거' 중심의 활동을 많이 진행해 왔다고 한다. 특히 매입 임대주택 지원 사업을 추진하여 '주거의 상향'을 통한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었다. 현재는, 약 100가구가 들어서서 살고 있다(주거의 상향은 '노숙->쪽방->임대주택 또는 재활센터->영구임대주택' 순으로 이루어진다).
"아 그런데, 의대생이시면 약을 좀 아시지예? 혹시 수면제 많이 먹으면 큰일 납니까?"
"네, 큰일나죠. 자살 목적으로 많이 복용하기도 합니다."
"아.. 최근에, 문자 잘 보내고 연락 잘 되던분이 갑자기 약을 많이 먹었다 카데예... 약도 꽤 오래 타 먹었을 텐데, 몇 개 먹어야 되는지 까먹진 않았을 거 아닙니꺼."하지만 '주거안정'에도 갑자기 돌연 사라지거나 자살 하시는 분들도 있고, 고독사의 비율도 높다고 한다.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아픔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 그래서 이들에겐 주거 대책뿐만 아니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과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쪽방 상담소에서는 노숙 생활을 거치면서 잃어버린 '사회성'을 다시 되찾아 주기 위해 등산, 탁구, 난타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복지사분 말로는 이러한 것들을 통해 노숙인들 중 약 30% 정도가 안정을 찾으시는 것 같다고 한다. 생각보다 그리 많은 비율은 아니지만,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그만큼 힘든 것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한다.
이날 우리는 그들의 삶의 현장을 보며 작은 생각들을 나누었다. 그러나, 잠깐 건넨 일방적인 인사를 제외하고는 그들과 단 한마디를 섞어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문제를 깨닫는 순간, 우리의 존재 또한 문제가 됨을 느끼며 발자국 소리를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