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주씨엠립대사관분관과 교민여행사대표들이 현지관광당국책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간담회를갖고, 한국인통역안내원 쿼터제에 관한 교민사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주씨엠립한국대사관분관
급기야 이들은 자국관광청과 노동부를 상대로 자국 가이드들의 근로권 보장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현지인 가이드들은 한국인 가이드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논리와 주장을 내세워 정부당국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 나라 관광부도 자국 가이드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런 가운데 주관광청당국은 그마나 지난해 연말 아무런 사전통보도 없이 쿼터제마저 폐기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지난 9월 초에는 이를 번복하고, 또 다른 시행령을 발표했다. 당국이 통보한 내용은 가이드 A씨 입장에선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기존 쿼터인 482명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200명만에게만 한국어통역안내원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겠다는 게 골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해마다 50명씩 인원을 더 줄여나가겠다고 했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4년후 이 나라에서는 한국인 가이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한숨과 자조섞인 반응들이 교민사회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인통역안내원협회가 최근 전수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 한국인 가이드수는 쿼터보다 많은 28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정부당국의 계획대로 한국인 가이드수를 200명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실행에 옮긴다면, 나머지 최소 80여명 가이드들은 지금 당장 불법가이드로 내몰리거나,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주정부 당국의 이같은 방침에 가이드 A씨 뿐만 아니라 교민사회전체가 또 다시 패닉상태에 빠진 상태다. 성수기만 돌아오면 한국인 가이드가 부족해 애를 태우던 현지 랜드 여행사들도 고민이 커지긴 마찬가지다. 기념품가게와 전통마사지샵, 한인식당 입장에서도 한국관광객들이 줄면 타격이 크기에 결코 남일이 아니다.
결국 더 이상 가이드로 일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한국인들이 상당수가 이미 씨엠립을 떠났거나 다른 나라로의 이주를 심각히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한인식당들은 문을 닫거나, 교민수가 많은 수도 프놈펜으로 옮겼다.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중인 김병희 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초까지 라오스와 베트남 다낭 등 다른 나라로 옮겨 간 교민들이 대략 200~300명 이상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인 가이드는 "많은 가이드들이 요즘 한창 뜬다는 이웃나라 베트남 휴양도시 다낭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요즘 가이드가 부족해 바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썩 밝지 못했다. 그 역시 "이곳에선 가이드로 먹기 살기도 힘들어 다른 나라로 떠날지를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민은 "이런 추세라면 한때 2천명이 넘었던 교민사회가 와해될 수도 있다"며 깊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할지를 고민하는 교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