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자동차3저 호황에 힙입어 1990년 초반 하루 평균 2000여대의 자동차가 늘어났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돈 포니자동차 모습.
전상봉
민주화 이후 문화, 환경, 여성, 인권, 성평등 등 다양한 담론들이 분출하기 시작했고 무선호출기, 컴퓨터,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들이 보급되면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일대 혁명적인 전환이 일어났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이 발표되면서 시대의 변화를 선도했다.서태지와 아이들1992년 2월 17일 미국의 인기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당시 10대 소녀들에게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1월 20일 예매가 시작되자 1시간만에 1만여 장의 티켓이 팔려나갈 정도였고, 공연 당일에는 10만 원을 호가하는 암표가 거래되기도 했다.
공연이 열린 올림픽체조경기장은 1만 5천여 명의 관객이 몰려들어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그날 저녁 7시 30분 '뉴 키즈 온더 블록'이 히트곡 <스텝 바이 스텝>을 부르면서 무대에 등장하자 1천여 명의 관객이 무대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면서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발생했다. 무대 바로 앞 바닥에 앉아 있던 1백여 명의 관객이 인파에 밀려 짓밟히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일순간 공연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인파에 깔린 50여 명이 인근 병원으로 긴급 호송됐다. 예기치 않은 사태로 공연은 중단됐다. 밤 11시 30분 공연이 재개되자 또 다시 흥분한 관객들이 잇따라 졸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공연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당했다.
사상 최악의 공연 사고로 기록된 사태의 파장은 컸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상술에 이용하면서 안전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공연을 주최한 서라벌레코드사 사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공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해외 팝스타 내한 공연을 불허한다는 문화부의 방침이 발표되면서 예정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신문에서는 연일 '입시 교육에 찌든 10대들이 벌인 히스테릭한 현상'이라는 진단과 함께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달포가 지난 3월 23일 서태지와 아이들이 1집 앨범 <Yo! Taiji>를 발표한다. 4월 11일 MBC '특종 TV연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서태지와 아이들은 곧바로 10대들의 우상이 되었다. 한국어 랩은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등장한 이들의 노래와 춤은 낯설고 생경한 것이었다. 신세대들은 열광했지만 기성세대들은 이들의 노래와 춤이 낯설고 불편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함께 트로트와 발라드가 주류였던 대중음악의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 랩과 댄스 음악이 대세를 이뤘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제4집 앨범에 수록된 <時代遺憾>의 경우 공연윤리위원회가 가사의 불온성을 문제 삼아 심의를 불허하자 이에 항의, 가사를 삭제한 채 앨범을 발매했다. 이를 계기로 음반 사전심의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었다.
1996년 1월 31일 서태지와 아이들은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한다. 이들의 활동 기간은 만 4년이 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대중음악 역사는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큰 족적을 남겼다. 이들의 은퇴와 함께 1990년대 대중음악의 전성기는 막을 내렸고, 그해 9월 H.O.T가 데뷔하면서 아이돌이 대중음악을 선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