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없이 빨고 말리던 아기 기저귀와 배냇저고리
최종규
아이를 돌보며 천기저귀를 쓰자면 가벼이 마실 하는 길에도 천기저귀를 잔뜩 챙겨야 하고, 배냇저고리에다가 옷가지도 나란히 챙겨야 해요. 그야말로 짐이 한가득이었는데요, 이렇게 살림을 하면서 벅차거나 힘들다는 생각보다 '천기저귀하고 중성세제로 빨래한 옷'을 누리는 아이가 좋아하는 방긋웃음에 언제나 즐겁게 짐을 짊어지고 손빨래를 했어요.
그리고 곁님 면생리대 빨래를 함께 했지요.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 어머니는 며칠 동안 핏물을 꾸준히 잔뜩 내놓습니다. 아기한테 천기저귀를 대려면 아기한테뿐 아니라 아기 어머니가 쓸 면생리대를 함께 갖추어야 해요. 이 대목은 아기를 낳고 돌보면서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아기가 젖을 떼면 곁님이 바로 달거리를 하니, 이때부터 집안 빨래는 아기 똥오줌 기저귀하고 곁님 면생리대를 나누어서 빨래하느라 하루가 참 길었어요. 쉴새없이 빨래하고 널고 말리고 개고, 장마철이나 겨울철에는 제대로 안 마르니 기저귀천을 하나하나 다림질을 하느라 밤을 잊었지요.
저희 집 큰아이는 열 살입니다. 머잖아 큰아이는 여성으로서 달거리를 맞이합니다. 큰아이는 종알종알 말을 잘 하고 스스로 옷을 꿰어 입을 무렵, 집에서 기저귀랑 옷이랑 이불이랑 빨래를 해서 널고 말리고 개는 아버지 곁에서 함께 기저귀도 개고 옷도 개면서 살림놀이를 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 면생리대를 삶아서 빨래하고는 마당에 널 적에 일손을 거들지요. 이러면서 저절로 사람살이와 사랑살이를 배워요. 아기를 낳는 몸이란 무엇이고, 아기를 품는 몸이란 무엇이며, 이 몸이 다달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배웁니다.
아이한테 가르치고 물려줄 살림저희는 천기저귀를 쓰기도 하지만, 빨래를 할 적에 화학세제를 안 씁니다. 화학비누도 안 쓰고 화학치약도 안 써요. 어른에 앞서 아이들이 먼저 화학세제 냄새를 잘 느낍니다. 몸이 좋아하는 냄새를 살피는 아이로 자라고, 스스로 몸을 아끼는 살림을 받아들이는 하루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딸인 큰아이는 '큰아이 몫 면생리대'를 두겠지요. 큰아이는 제 면생리대를 앞으로 손수 빨래하는 길을 배우리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어머니 면생리대와 함께 빨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배울 테고, 나중에는 스스로 삶아서 헹구어 내다 너는 몸짓이 되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옷살림은 큰아이만 맡을 몫이 아니라고 느껴요. 작은아이도 한집안 사람으로 살아가기에, 작은아이도 어느 만큼 철이 들어 손놀림이 야무지게 거듭나면, 어머니나 누나 면생디래를 삶는 일을 때때로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