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떼 위치를 알려주는 갈매기
내인생의책
갈매기는 할아버지를 안내하듯 수면 위를 낮게 날며 앞서 간다. 확신에 찬 할아버지는 갈매기 꽁지를 따라 힘껏 배를 몬다.
"설마, 물고기 떼 나오는 거 아니야?"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저 멀리 갈매기 무리가 보이더니 바다에 엄청난 물고기 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그물을 던지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물이 묵직해졌다. 그러나 늘 그랬듯 할아버지는 꼭 필요한 만큼의 물고기만 끌어올리고 어린 물고기는 도로 바다에 풀어주었다.
"역시 사람은 동물에게 먹이를 줘야 해!"산하가 반백년 산 사람처럼 말했다. 선생님은 흉어기에 만선을 포기하고 안분자족하는 할아버지를 칭송하려 했건만, 산하는 할아버지가 갈매기에게 먹이를 제공했으니 당연히 보답을 받는 거라고 또박또박 답변했다. 뜻밖의 결론에 좌중이 술렁였다.
"그럼 기계로 물고기를 쓸어가는 어부도 갈매기에게 먹이만 주면 괜찮은 사람인가요? ""어부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분위기가 묘해졌다. 그림책의 결론이 기브 앤 테이크가 최고니 전략적으로 먼저 베풀라가 될 판이었다. 이대로 말려들 수 없었다. 순수한 선의로 행동한 할아버지를 '어부 스타일 처세술 대가'로 내버려두기 싫었다.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서, 어장이 사라지면 갈매기도 떠날 거예요. 그럼 남은 사람들은? 그 자식들은 어떻게 될까요?"생활이 단순한 갈매기는 훌쩍 떠나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옮기는 게 쉽지 않다. 물론 산하가 주목했듯 갈매기에게 호의를 베풀었으니 돌려받았다는 견지도 옳다. 세상에 공짜 없다. 적당한 선에서 베풀고 무리하지 않을 만큼 편익을 취하는 게 보편적 인간의 삶이다.
문제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적정 수준을 넘는 어리석음을 자주 범한다는 점이다. 실제 어른이 사는 사회에서 탐욕자가 망쳐놓은 자연과 사회 제도를 약하고 선량한 다수가 감당해야 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정의로운 행위가 실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는 세상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오히려 일찍이 세태를 파악하고 자기 살 길을 도모하는 산하가 현명하지 않은가? 내면이 뒤죽박죽 뒤엉켰지만, 표 내지 않고 행복한 일상으로 복귀한 마을을 보여줬다. 이제 어부들은 물고기를 필요한 만큼만 잡아야 한다는 할아버지 철학에 따라 적당히 고기를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