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마저도 그저 산봉우리 무리 중 하나일 뿐입니다.
임현철
길, 구비 구비 구불거립니다. 구비길, 속도 조절을 요구합니다. 구름마저 산중턱에 걸렸습니다. 구름, 막힘없이 흘러가면 좋으련만, 산이란 놈이 고이 보내지 않습니다. 산, 요럴 땐 영락없는 심술쟁이입니다. 구름, 삶에 굴곡이 있어야 재미있음을 아는 듯, 스스로도 유유히 흐르지 않고, 고통을 즐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경남 함양 마고할미에 섰습니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한눈에 보입니다. 지리산 하봉(1781m), 중봉(1874m), 천왕봉(1915m), 제석봉(1808m), 장터목(1653m), 연하봉(1730m), 촛대봉(1703m), 세석산장(1560m), 영신봉(1652m), 칠선봉(1558m), 덕평봉(1522m), 반야봉(1732m) 등 1500m를 넘는 높은 산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더니, 천왕봉마저도 그저 산봉우리 무리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제 아무리 높다한들, 하늘 아래 뫼"라더니, 과연 그러합니다. 이렇게 아무리 잘나봐야 고저 인간인 것을, 잘났다고 우쭐할 일이 아님을 또 배웁니다.
뭔 절이 너른 들판 논 가운데 멋없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