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무릉외갓집 방문마을기업으로 오랫동안 버텨온 우리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홍창욱
대통령까지 오셔서 우리를 격려해주긴 했지만, 농업은 점점 더 기피하는 일이 되고 있다. 단감 농사를 하던 내 부모님은 아들이 농사를 짓거나 농촌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에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어 노인들은 땅을 팔고 그 땅에 소작농이 되었고, 농사 꽤나 짓는 농부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직종에 근무한다는 외국인노동자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다.
2011년 처음 무릉외갓집 일을 시작할 때는 여러 가지가 신기했다. 매달 제철 농산물을 수급해 포장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회원들과 소통하고, 제주의 마을 생산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에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제철 꾸러미 상자를 포장해 옮기는 일을 할수록 어릴 적 단감 상자를 포장하고 나르던 기억이 겹쳐졌다.
부모님 영향으로 내가 농업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데 내 아이들 또한 내 영향으로 농업농촌에서 일하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니 왠지 무릉외갓집 일이 오래된 관습처럼 답답하게 느껴지고 경남의 농촌을 떠난 20년 후 돌고 돌아 왜 또다시 제주의 농촌으로 돌아왔나 싶어 나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