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지게는 유일한 물품 운송수단이었다.
신광태
"지게가 생각나요."어릴 적 추석명절에 얽힌 추억을 묻자 지씨는 느닷없이 지게를 말했다. 추석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학교를 파한 지씨는 내일이 추석이란 마음에 들떠 대문을 열었다. 명절이니 부모님이 새 옷과 새 고무신을 사 오셨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웬걸, 지게가 하나 떡하니 놓여 있더란다. 이어 하신 아버님 말씀.
"몇 달 있으면 졸업인데, 중학교 갈 생각은 꿈조차 꾸지 마라! 장남은 아버지를 대신해 돈 벌어 동생들 교육시켜야 한데이..." 아버님께서 지씨에게 지게를 선물한 건 추석 때 배추를 뽑는 농가에 가서 돈도 벌어오고, 초등학교 졸업 후 매일 땔나무를 해오란 의미였다.
운명이라 여겼다. 그나마 부모님이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초등학교라도 보내 주셨으니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이 어디 있었겠냐는 것이 지씨 말이다.
가족과 함께해 명절입니다"쇠고기를 사 드리려고 해요." 지씨는 치매를 앓고 계신 어머님 얼굴을 뵐 때마다 안쓰러웠다. 사실 그렇지도 않은데 자꾸 어머님이 야위어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원기 회복을 위해 이번 추석엔 어머님께 쇠고기를 사 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직장 다니느라 같이 있지 못했던 시간만큼 집에서 말벗을 해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렘이 앞선다고 했다.
"솔잎을 따 송편도 해 드려야죠."어머님은 솔잎을 넣어 찐 송편을 유독 좋아하셨다. 몇 평 되지 않은 자신의 산에 소나무를 심을 건 순전히 어머님을 위한 일이었단다.
인터뷰 내내 가슴을 짠하게 만든 지씨 효심. 작고하신 내 어머님 생전, 지씨의 10분의 일이라도 했었던가 하는 후회. 그를 통해 다시 한번 어머님을 떠올렸다.
언론에선 매년 명절연휴면 외국여행 떠나는 공항 풍경을 조명한다. 지씨는 부모님을 동반한 장면을 본다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금년 추석연휴는 예년에 비해 길다. 무려 10일이다. 명절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어 좋은 날임을 지씨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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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 따서 송편 만들어야죠" 이 남자가 추석 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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