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당국이 점거학생 농성장을 침탈한 직후 서울대 학생들이 성낙인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성낙인 총장은 학생사찰, 폭행, 중징계와 형사고발을 불사하며 대학당국의 정책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탄압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서울대에는 최근에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월 4일, 서울대 국사학과의 한 교수가 '총장님, 이제 그만 사퇴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실명 대자보를 게시한 것이다. 시흥캠퍼스 사태와 학생 징계, 형사고발 사태는 물론,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교수임용 비리문제 등 학내 난맥상의 근원에는 성낙인 총장의 무능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교수가 실명으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이제 교수, 학생 그리고 비학생조교 부당해고문제로 투쟁을 하고 있는 교직원까지 학내 구성원 전체가 성낙인 총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교육부장관 급의 사회적 위상을 가졌던 서울대 총장이 어쩌다 구성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는 찬밥신세가 되었을까. 물론 그 속에는 성낙인 총장의 리더십과 같은 개인적인 영역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는 서울대 법인화가 있다.
서울대는 2011년 국립대학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의 전환을 단행했다. 당시 집권여당이던 한나라당이 2010년 말 서울대 법인화법(<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이에 학생들은 2011년 학생총회와 본부점거 투쟁으로 맞선 바 있다. 28일간의 본부점거투쟁이 있었지만 결국 서울대는 국립대학의 지위를 상실하고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되었다.
법인화를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학운영의 자율화. 즉, 정부의 통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춤으로써 국제화 시대에 맞게 변모하겠다는 뜻이다. 그 결과 서울대는 정부에서 독립해 자율적으로 재정을 관리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는 대학운영 정신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대학운영의 목적이 학문공동체의 발전이 아닌, 효율적인 재정의 운영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학운영의 목적이 바뀐 이상, 대학총장에게 기대되는 역할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총장은 더 이상 학문공동체의 수장이 아닌,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관리자로 변신했다. 학문공동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이라도 법인서울대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밀어붙일 줄 아는 총장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서울대 법인화 이후 총장선출은 구성원이 직접 선출하는 총장직선제가 아닌 이사회가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2014년 6월, 법인화 이후 첫 총장선출에서 성낙인 총장이 선출되었다. 총장추천위원회는 성낙인 후보를 2순위로 추천했으나 이사회는 성 후보를 총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분노한 교수협의회가 87년 이후 처음으로 비상총회를 소집해 사퇴를 요구했으나 성낙인은 결국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그가 법인화가 낳은 최대의 적폐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성원의 의사보다 법인의 재무제표에 더 관심을 쏟은 성낙인 총장은 음대 시간강사 부당해고, 비학생조교 부당해고, 시설노동자 부당해고, 셔틀버스 외주화 등 학내노동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학벌 프리미엄을 팔아 공짜 부지와 건물을 얻는 시흥캠퍼스 사업을 학생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추진,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학생과 구성원들이 성낙인 총장과 이사회에 저항해 투쟁을 벌였지만, 총장의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전무했다.
오히려 성낙인 총장은 학생사찰과 중징계, 형사고발 등 탄압을 일삼으며 저항의 목소리를 짓밟는 지경에 이르렀다. 구성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선출된 총장, 구성원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 총장은 이렇듯 대학의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
총장직선제, 대학 민주화의 첫 발을 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