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왜 그렇게 생겼을까? 굽이치다가 이내 내닫고, 고갯길 정상에 다다를 것 같다가도 다시 내뺀다. 갈라지고 만나는 수많은 길 위를 걷는다. 우리가 향하는 목적지가 그 길 끝에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수많은 인연을 맺고 있다. (사진은 이번 여행기와는 관련 없는 내가 좋아 하는 사진중 하나다)
김길중
최종 목적지가 같거나 여정 어느 한 구간을 동행하는 것이거나 길을 함께하는 인연은 소중하다. 길의 성격에 따라 (길)벗이라고 하기도 하고 동지라고도 부른다. 긴 여정이라면 더욱 그렇겠지만, 동반자라 하더라도 내내 함께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길 위에서 누군가와는 잠시 헤어짐을 통해 또 다른 동행을 기약하며 갈렸다가 재회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와 잠시간의 틀어짐에서 갈라서지만 결국 만나야 할 지점에서 만나기도 한다. 이 경우 동반자로서 더 깊어진 신뢰를 통해 굳건한 관계로 거듭난다. 약속된 갈라짐이건 의도하지 않았던 갈라섬이었던 가야 할 길이 같았다면 잠시 동안의 다른 경로는 문제 될 게 없다. 길이 있어 나의 갈 바와 벗(동지)이 가는 바가 길을 통해 동반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모두가 길이 갈라지고 모아지는 이유이다. 길은 갈라섬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인연을 엮어주는 망이 아닐까?
삶을 통해 만나고 헤어지고 갈라섬이 있던 인연도 있었고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같은 길에 서 있는 벗도 있다. 나와의 인연에 소원한 느낌의 기억을 가진 벗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담아 한마디 던져보자면 이렇게 될 것이다.
'그대가 그 길을 걷고 있노라면 언젠가 나와 다시 동행할 여정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지 않겠나?'예정보다 빠르게 일정이 진행되었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까지 100여 Km 남았다. 일정을 하루 앞당긴 만큼, 점심 먹기 전에 달려 헤어지는 것으로 결정했다.
간밤에 탈수해서 걸어둔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서둘러 출발한다. 하남까지는 30여 Km, 아침 먹기에 안성맞춤인 거리다. 우리보다 서둘러 나선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아침 안개가 살짝 피어오른 강가의 풍경이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