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위해 ‘자동투표기’를 개발했고, 초등학생들은 용돈을 모아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다.
임병도
제주도가 완납한 전화 비용은 순수 행정 전화 요금에 불과합니다. 제주도민과 일반 시민들의 전화 요금까지 합산하면 300억 원도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제주도 전역에는 500원 동전을 투입하면 자동으로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해주는 '자동투표기'가 돌아다녔습니다. 자동투표기는 마을 행사, 초등학교, 공항, 버스터미널, 오일장 등을 돌면서 도민들과 학생들의 돈을 모았습니다.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를 하기 위한 전화 요금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도민들의 기부가 이어졌고, 성금 56억7000여만 원도 고스란히 전화 요금에 사용됐습니다.
육지 것이 제주도 잘 되는 일에 왜 똥물을 끼얹느냐
당시 제주도에서는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반대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사라 여겨,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습니다. 행사를 주최하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을 신뢰하기가 어려웠고, 인기 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선정 절차 등등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 대국민사기극' (2011년 3월 30일)'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 대국민 사기극2탄'(2011년 4월 25일)'제주7대 자연경관,아무리 홍보도 좋지만 조작까지'(2011년 9월 5일)'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글 내용 중에는 제주도 블로거가 소정의 비용을 받고 '세계7대자연경관' 홍보에 동원됐다는 폭로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블로거는 물론이고 제주 도민 사회에서는 '죽일 놈'이 됐습니다.
당시는 아이엠피터가 제주에 정착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주위에서는 '육지 것이 제주도 잘 되는 일에 똥물을 끼얹는다'라며 거센 항의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걱정하는 지인 중에는 "다른 것은 다 건드려도, 7대자연경관만은 글을 쓰지 마라. 너 쫓겨난다"는 전화를 저에게 했다가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시 갓 태어난 딸과 여섯 살 아들을 데리고 다시 육지로 올라가야 하는지 밤새도록 고민했고, 아내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었던 '대국민 사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