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주변을 붉디붉은 선홍빛으로 물들인 꽃무릇. 지난 9월 21일 오후 영광 불갑사 풍경이다.
이돈삼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남녘의 초가을은 울긋불긋 단풍보다 선홍빛 꽃너울로 채색됐다. 길다란 연초록 꽃대에 왕관처럼 씌워진 붉은 꽃무릇이다. 꽃무릇은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다. 하여,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상사화(相思花)라고 하는 이유다.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군락지는 전라남도 영광과 함평, 전라북도 고창이 꼽힌다. 불갑사와 용천사, 선운사가 중심이다. 서남해안에 있는 절집들이다.
강렬하게 유혹하는 꽃이 절집과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난히 절집 주변에 많다. 최근엔 여행객들을 유혹하려고 지자체와 절집에서 부러 심기도 했다. 전설도 그럴싸하다. 짝사랑과 연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