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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늦겨울, 남편과 함께 회사에 사표를 내고 10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싱가포르에 왔다. 1년간 어학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이 연재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는 젊은 유학생 부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담는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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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브라트리 인도 축제 23일 싱가포르 차이나수영클럽에서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이 '나브라트리' 축제를 즐기고 있다. ⓒ 김지나
"대체 축제 장소가 어디 있다는 거야! 스웨타는 괜히 이런 데 오라고 해서."
1시간 가량 유모차를 끌고 길을 찾는데도 축제 장소가 보이질 않는다. 인도 '나브라트리(Navaratri)' 축젯날. 나브라트리는 인도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연중 축제 중 하나로 힌두의 가장 대표적인 세 여신에게 제를 드리는 기간이다. 인도 음력 기준으로 9월부터 10월에 걸쳐 9일 동안 축제가 이어진다. 이 기간에 인도인들은 전통 옷을 입고 함께 모여 전통춤을 춘다. 싱가포르 국민 10명 중 한 명이 인도계인 만큼 나브라트리 행사는 이곳 싱가포르에서도 화려하게 펼쳐진다.
"축제 올 거지?" "티켓은 구했어?" "티켓 언제 살거야?"
중국어 학원에서 사귄 인도인 친구 스웨타는 몇 주 전부터 축제 티켓을 빨리 사라고 닦달이다.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인도 축제에 가보겠어?' 하는 마음에 한 장에 16달러나 하는 거금을 들여 축제 티켓을 끊었다. 1시간 동안 헤매고 헤맨 끝에 찾아낸 행사장에는 이게 웬걸, 형형색색으로 단장한 인도인들 사이에 평상복을 입고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서 있는 외국인은 우리 세 식구밖에 없다.
'이런 제길, 스웨타한테 낚였다.'
"여긴 뭐야, 저 사람들은 어떻게 술도 안 먹고 저렇게 놀 수 있지?"
남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넓은 홀 안을 가득 메운 인도인들이 시끄러운 힌두 음악 소리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각각 원을 그려 다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변두리에 쭈그리고 서서 어찌할 바 모르는 남편과 나와는 다르게 아이는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런 아이를 보며 '그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렇게 놀아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인도인들과 뒤섞여 광란의 밤을 함께했다.
같은 시기에 싱가포르에서 달 밝은 밤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비단 인도계 싱가포르인들뿐만이 아니다.
"량량이 것 사면서 은서 것도 하나 샀어."
얼마 전 싱가포르인 친구 그레이스는 아이에게 분홍색 랜턴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이게 뭐에 쓰는 건데?" "너 몰라? 이제 곧 중추절이잖아."
중추절은 중국의 추석이다. 음력 기준 8월 15일로 중국 4대 전통 명절 중 하나다. 이날 중국에선 가족들이 월병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 중 75%가 중국계인 만큼 중추절 역시 싱가포르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