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 앞의 섬들을 안내하는 표지판입니다.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는 작은 섬들인데 이곳에서 자세히 안내해 주고 있군요. 삼봉은 높이 22m, 20m, 18m의 세 봉우리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것도 밝혀 줍니다.
김학현
백사장해수욕장과 삼봉을 가로막은 이 작은 봉우리를 오르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가쁜 숨을 몇 번 몰아쉬면 가능합니다. 이른 운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 "안녕하세요!?" 인사도 합니다. 인사를 잘 받아주는 이들도 많지만, 어떤 사람은 아는 사람인가 싶어 그런지 멀뚱히 쳐다보고 가는 이도 있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인사를 함께 하든 안 하든, 내 아침 노을길 걷기는 항상 안녕하니까요. 작은 봉우리 꼭대기에는 백사장해수욕장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백사장해수욕장을 향해 한 컷 날립니다. 의자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십니다. 땀이 식을 만하면 이내 일어납니다.
이제는 내리막길입니다. 삼봉에서 백사장해수욕장 쪽으로 간다면 이 길이 오르막이겠지요. 그러니까 오르막과 내리막이 방향 차이인 겁니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 어느 쪽에서 가느냐, 어떤 생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오르막인 게 때론 내리막이고, 내리막인 게 때로 오르막이라는, 기가 막힌 진리를 길이 가르쳐 줍니다.
봉우리를 내려가면 삼봉이 반깁니다. 세 개의 봉우리가 있어 삼봉이죠. 방금 내려간 봉우리는 바닷길로도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단, 물이 빠졌을 때 한해서 말입니다. 바닷길도 비경입니다. 할아버지 상 같기도 하고, 원숭이 같기도 하고,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외로운 바위 하나가 서 있는데 이름이 없어 내가 '같기도 바위'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바위의 형상은 무언가 머리가 우뚝 솟은 것 같은데 방향에 따라, 앞을 보느냐 뒤를 보느냐 옆을 보느냐에 따라 여러 형상으로 보입니다. '같기도 바위' 어때요? 바닷길로 '같기도 바위'를 끼고 돌면 앞에 다시 봉우리들이 보입니다. 이게 바로 삼봉입니다.
봉우리와 삼봉 사이는 바다와 맞닿은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길이 있습니다. 삼봉 쪽으로 주차된 차들이 빼곡하군요. 차량들을 비집고 가는 게 싫어 바닷길로 걸어 삼봉까지 갑니다. 삼봉은 주차장으로 육지와 분리되어 있는 외로운 바위군입니다.
규모도 작은 봉우리 셋이 가지런히 키 재기를 하고 서 있습니다. 바닷길로 가면 붉은색 물감을 뒤집어쓰고 있는 삼각형 바위가 일품입니다. 분명히 바위인데 그 위로 소나무 두 송이가 그림처럼 붙어있습니다. 어떻게 수분을 흡수하고 저리도 낭랑하게 서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생명력의 신비가 여기 있습니다. 붉은 바위에 붙은 소나무 두 그루가 '살고자 하면 산다'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옆으로 누운 바위에도 이끼류의 생명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물론 그 바위에도 소나무는 여지없이 위태롭게 붙어 생명을 부지하고 있고요.
조금만 힘들어도 엄살을 부리던 삶이 부끄럽습니다. 감사로 시작한 오늘의 걷기는 소나무가 가르쳐 주는 신비한 생명력 앞에서 오래 머뭅니다. 아자, 아자! 오늘도 그 생명력으로 견디자, 다짐합니다. 그대의 삶도 이리 질긴 생명력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