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를 하고 있는 이이화 선생. 이날 출판기념식에는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을 비롯해 전국유족회 회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임재근
전숙자 시인의 아버지, 전재흥 씨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했고 해방 후에는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동생의 도피를 도왔다는 이유로 군경에 의해 체포되었다가 1951년 3월 4일 산내 골령골에서 죽임을 당했다. 산내 골령골에서는 대전형무소 재소자를 비롯해 보도연맹원 등 7천여 명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6일 사이에 학살되었는데, 9.28 수복이후에도 민간인 학살은 부역혐의를 씌워 지속되었다.
전숙자 시인의 부친의 경우도 부역혐의에 의한 학살에 해당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전숙자 시인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전 시인의 어머니를 억지로 재가시켰고, 그 후로 그는 두 아들을 잃은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게 되었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경찰의 감시와 괴롭힘 그리고 주위의 '빨갱이 자식'이라는 시선은 그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에 학교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삶 속에서 그는 일기를 쓰기 시작 했고, 일기는 시가 되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고, 대전 산내 위령제뿐 아니라 전국의 위령제에서 추모시를 낭독하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 전국유족회 박용현 상임이사, 윤영전 감사, 경기도유족회 민경철 회장, 대전유족회 이계성 부회장, 인권평화연구소 신기철 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