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수 <오마이뉴스> 기자가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민안전 심폐소생술 세미나'에서 심폐소생술 체험을 하고 있다.
선대식
"괜찮으세요? 제 말 들리세요?" 마네킹의 어깨를 두드리며 외쳤다. 반응이 없었다. 호흡 또한 없었다. 곧바로 119에 연락했다. 옆에 있던 최영운 간사가 119 역할을 하며 "주소가 어딘가요?"라고 물었다.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다"는 말과 함께 정확한 주소를 이야기했다.
119 신고 접수 이후, 구급차는 4~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길이 복잡하거나 차가 막히면, 구급차가 현장에 오는 데 보통 6~8분 정도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심정지로 쓰러진 이를 살리기 위한 혼자만의 싸움을 해야 한다.
"양손을 포개, 깍지를 낀 상태에서 손꿈치(손바닥 아랫부분)로 가슴 한가운데를 누르세요."최영운 간사가 말에, 깍지 낀 두 손에 힘을 줘, 가슴을 꾹 눌렀다.
"다시요. 5cm 정도 (깊이로) 눌러야 해요." 사람 몸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마네킹은 생각보다 딱딱했다. 가슴 압박이 제대로 되면 마네킹 왼쪽 어깨에 있는 조그마한 화면 속 숫자가 올라간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가슴을 눌러도 숫자가 0에서 1로 변하지 않았다.
몸 전체가 앞쪽으로 쏠리듯 꾹꾹 눌렀다. 드디어 숫자가 1로 바뀌었다. 그때 "허리 구부러지면 안 돼요"라는 최영운 간사의 날카로운 지적이 날아왔다.
"팔도 구부리지 마시고 밀가루 밀 듯이 하시면 안 되고, 어깨 힘이 아닌 허릿심으로 하셔야 해요."꾹, 꾹. 자세를 유지한 채 1초에 2번, 5cm 깊이로 눌러야 했다. 1분에 100~120번 제대로 가슴을 눌러야 효과가 있다.
힘껏 누르다 보니 손에서 땀이 절로 났다. 땀이 차, 깍지 낀 손이 자꾸 풀렸다. 동시에 자세도 풀어졌다. 정신 차리고 자세를 바로잡았으나 깍지는 자꾸 헐거워졌다. 가슴 중앙에 있던 손이 자꾸 미끄러졌다.
"정확한 장소를 눌러주셔야 다른 장기가 안 다쳐요."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지만, 속도는 갈수록 느려졌다. 1초에 2번은커녕 2초에 1번도 채 누르지 못했다. 박자를 맞추기 위해 소리 내어 "하나, 둘, 셋" 을 외쳤다. 건전지 광고를 방불케 했다. 최영운 간사는 "박자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나비야>, <산토끼> 등의 동요를 부르면서 눌러도 좋다"라고 말했다.
너무 힘들어서 시계를 봤다. 10분은 지난 것 같은데, 2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119는 아직인가', '언제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왼쪽 손바닥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픈 손을 좌우로 흔드니 "손힘으로 하셔서 그래요"라는 핀잔을 들었다.
5분 30초가량, 심폐소생술을 하고나니 움직일 힘이 없었다.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무릎 부분에 땀이 흥건했다. 바지가 축축해질 정도였다. 5분이 지나도, 왼쪽 손바닥 아랫부분은 여전히 빨갰다. 왼쪽 손목과 팔목은 컴퓨터 자판을 치기 힘들 정도로 뻐근했다.
진이 다 빠진 채 "제가 지금 사람을 살린 건가요?"라고 물었다. 최영운 간사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심폐소생술 세미나] 심장이 멈춘 그가 다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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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람을 죽인 건가요?" "그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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