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명준 표결 앞두고 ‘자율투표 VS 당론’ 고심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박지원 의원이 각 의원 개인 자율의사에 따르자는 의견과 당론 투표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유성호
이에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당안팎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청주 일신여중 특강에 앞서 "정부·여당 그리고 청와대의 국회 모독으로 정국이 경색됐지만, 국민의당의 결단으로 의사 일정이 재개됐고, 우리 국민의당 의원들의 결단으로 대법원장이 탄생했다"고 자평했다.
김동철 원내대표 역시 "가결이든 부결이든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달려 있었는데 의원들이 참으로 고심을 많이 했다. 이성이 감성을 누르고 이겼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당의 역할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모습에서도 국민의당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은 청와대와 여당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압도적인 국정지지율을 바탕으로 인사와 국정 개혁과제를 밀어붙여온 청와대와 여당은 헌재소장 인준 부결로 여소야대의 냉정한 현실을 체감해야 했다. 야당, 그 중에서도 국민의당과의 협치 없이는 국정 개혁과제의 처리가 요원하다는 것이 헌재소장 인준 부결에 담겨있는 정치적 메시지였다.
김명수 후보자 국회 인준처리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의당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당부한 것도 이와 같은 현실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준안 통과 이후 "사법부 공백만은 막아야 한다는 초당적 결단을 내려주신 야당의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을 야당에게 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재소장 재임명과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감사원장 후보자 국회 표결 등 국회의 협조를 구해야 할 인사와 정부정책이 산적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야당과의 협치는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헌재소장 인준 부결과 대법원장 인준 가결 과정에서, 그 속사정이야 어떻든 가장 돋보였던 정당이 국민의당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부결과 가결이라는 극과 극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과 역할을 유감 없이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모호하고 불확실한 전략적 행보에 대한 논란과 잡음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당이 국회 의사결정의 '캐스팅보터'라는 사실이 보다 확실해진 것이다.
존재감 커진 국민의당, 안철수 존재감은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