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청개구리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집을 팔았다.엄마, 아빠는비싸게 팔았다고토끼춤을 추고나비춤도 추었다.새로운 동네새로운 집새로운 학교로 왔다.엄마, 아빠 방,오빠 방, 내 방 따로따로있다고 좋아한다.정든 친구정든 놀이터모두 사라진나는 보이지 않는지! (나는 보이지 않는지)보육교사로 일하는 박해경 님이 빚은 <딱 걸렸어>(청개구리 펴냄)라는 동시집을 읽으면서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이 이 땅을 사랑하기를 바라면서 쓴 동시에는 참말로 사랑스러운 손길이 흐릅니다. 아이들이 갑갑하거나 고단한 사회에서 주눅이 들더라도 부디 기운을 꺾지 말고 꿈을 품기를 바라는 따사로운 눈길이 함께 흐르고요.
마음을 읽는다고 할 적에는 눈높이를 맞추며 어깨동무를 한다는 뜻이지 싶어요. 어른 사이에서도, 어른하고 아이 사이에서도, 여기에 사람하고 개구리나 사람하고 멧새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요.
울타리를 걷어내려는 몸짓이기에 어깨동무를 합니다. 울타리가 아닌 너른 마당에서 함께 놀고 일하고 어울리고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어깨동무를 해요.
'날씨 억수로 춥대이
내 강아지밥 마니 무꼬 옷 마니 입꼬학교에 가거레이'한글을 배우고세상이 밝아졌다는우리 할머니가 보낸 문자 (등불)낳은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낳지 않았어도 둘레에 있는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아이도 이웃 아이도 모두 이 땅을 새롭게 일굴 당차고 힘찬 넋으로 자랄테니, 그야말로 아름답습니다.
아이는 늦깎이로 한글을 익힌 할머니한테서 투박한 손전화 쪽글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할머니한테 신나게 쪽글을 띄워 주겠지요. 예전처럼 손으로 엽서에 이야기를 적어서 띄우지 않더라도, 손전화를 거쳐서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요. 곁에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해도 따사롭고, 손전화를 사이에 놓고서 쪽글을 띄우고 받아도 따사롭습니다.
손짓으로 말해야
알아듣는 영식이감나무 아래서흙을 만지며 혼자 놀다감꽃이 떨어지자주워 귀에 꽂는다감나무가 들려주는노래 듣는지하늘을 바라보며환하게 웃는다. (감꽃 이어폰)감나무 곁에서 감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모과나무 곁에서는 모과나무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은행나무나 밤나무 곁에서, 소나무나 느티나무 곁에서, 우리를 둘러싼 다 다른 수많은 나무 곁에서 나무가 오랜 나날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저어새나 갈매기 이야기는 어떨까요? 노린재나 잠자리 이야기는 어떨까요? 지렁이나 지네 이야기는 어떨까요? 사마귀나 물방개 이야기는 어떨까요?
우리를 둘러싼 이웃은 사람만 있지 않아요. 작은 풀도 이웃이요, 작은 벌레도 이웃입니다. 작은 이웃을 마주하면서 아낄 수 있을 적에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 더욱 싱그러이 아끼는 마음이 될 만하지 싶습니다.
벌과 나비는맨발로 가볍게이 꽃 저 꽃 옮겨 다녀요.꽃이 다칠까 봐신발 신지 않고서. (맨발로 가볍게)맨발로 가볍게 이 땅을 밟아 봐요. 맨발로 가볍게 바람을 타거나 구름을 타고 날아 봐요. 두 눈을 살며시 감고서 곁에 있는 동무하고 풀밭을 밟고 무지개를 밟아 봐요.
함께 지을 꿈을 생각하고, 함께 가꿀 새로운 나라를 헤아려요. 동시 한 줄에 깃든 작은 목소리를 읽으면서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아이들하고 목숨들을 그립니다. 딱 알아보고 딱 느끼며 딱딱 소리가 나도록 손뼉을 치면서 춤을 춥니다.
딱 걸렸어
박해경 지음, 유진희 그림,
청개구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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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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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비싸게 팔았다고 좋아하는 아빠, 그런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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