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숙사 건물
김태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대학교 기숙사에 두고 온지 이제 2주가 지났다.
아이가 기숙사로 떠나기 며칠 전 나보다 먼저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가 SNS로 "마음에 구멍이 크게 날거야 "라며 우려를 보였을 때 나의 대답은 무미건조하고 간단했다. "무슨 구멍까지야..." 집에서 차로 1시간 30분이면 충분한 학교에 자기 미래를 설계하러 가는 건데, 그리고 거기엔 좋은 친구들과 교수님들과 멋진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는데 뭐...조금 서운하긴 해도 '이별'이나 '헤어짐' 이런 단어들을 쓰기에 걸 맞는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처음 접해본 캐나다 대학교 기숙사 입실 풍경아침8시부터 기숙사 입실이 시작되니 이왕이면 일찍 도착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새벽부터 서둘렀다. 8시 조금 넘어 도착한 학교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이미 도착한 차들이 기숙사 건물을 둘러싸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입구에서부터 신분증을 목에 건 선배들이 차를 안내하며 신입생 가족들을 따듯하게 맞아 주었다.
기숙사 입구에 도착하자 선배들 4~5명이 우리 차로 다가와 차에 실린 짐들을 모두 끌어 내리고 바로 배정된 방으로 옮겨 주었다. 대부분 전공별로 같은 색깔의 티셔츠를 맞춰 입고 활기차면서도 친절하게 돕는 모습은 처음 학교에 들어와 어리둥절해 있는 신입생과 부모들에게 잠시나마 안도와 편안함을 선사해 주었다. 매년 9월초가 되면 캐나다 대학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따듯하고 인간미 넘치는 광경이다.
짐을 풀어 물건들을 정리하고 나서 바로 옆방을 배정받은 같은 학교 출신의 아들 친구 가족과 함께 '이별의 점심'을 먹었다. 우리 부부도 그렇고 친구 부모도 내심 어떻게 헤어지나 하는 걱정에 입맛이 덜한듯했다. 아이들도 '오늘부터는 집에서 떠나 혼자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문득문득 느껴지는지 엄마 아빠를 간간히 쳐다 보거나 잠시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다.그것도 잠시, 후각을 자극하는 음식의 향에 금방 신이 난 표정의 아이들은 몇 차례씩 접시를 비우며 뷔페식 점심을 맘껏 즐기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