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 속 이명박 대통령.
뉴스타파
그런데 이는 비단 국정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군 사이버사령부 역시 MB 정권을 위한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3년 12월9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성명이 정치권에서 터져나왔다. 현직 국회의원의 입에서 '부정선거', '대선불복' 등의 민감한 수사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은 당사자는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 장하나 의원이었다.
장 의원은 이날 "나 국회의원 장하나는 부정선거 대선 결과 불복을 선언한다"면서 "대통령의 아버지가 총과 탱크를 앞세워 대통령이 됐다면, (이번 대선은)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한 사이버 쿠데타로 바뀌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부정선거 수혜자 박 대통령은 사퇴하고, 내년 6·4 지방선거와 같이 대통령 보궐선거를 실시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의혹으로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기였다. 특히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과 관련해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드러나며 박 대통령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에 종교계와 학계, 대학생들과 중·고등학생 등 각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사이버사령부의 여론 조작 의혹들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장 의원에 앞서 10월 14일에는 김광진 민주당 의원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530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 대선 18대 대선 기간 댓글작업을 했다는 내부 제보와 여러 가지 근거들이 있다"고 주장했고, 10월23일에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사이버사령부 요원 8명이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정치적 글을 올렸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장 의원을 비롯해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정치 공작의 중심에 있다고 지목받은 대상 중의 하나가 바로 사이버사령부였다. 그럼에도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묻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사이버사령부가 다시 주목받으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530심리전단이 댓글 공작 결과를 청와대와 군 수뇌부에 매일 보고했다는 전 심리전단 간부의 양심 선언이 나오면서부터다.
지난달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김기현 전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의 증언 내용을 공개했다. 댓글공작 결과 보고서를 청와대, 김관진 국방부 장관, 한민구 합참의장에게 매일 아침 7시에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KBS본부는 관련 내용이 KBS의 거부로 보도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덧붙여 폭로했다. 이같은 사실은 MB 정권 시절 국정원뿐만 아니라 군 역시 청와대와의 긴밀한 공조 속에서 전방위적으로 여론을 조작해왔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이를 종합해보면 결국 MB 정권은 국정원과 군 등의 국가기관을 동원해 국민을 상대로 '대남심리전'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었던 거다.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합리적 비판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좌파 성향 문화예술인들의 밥줄을 끊고, 관제 여론을 만드는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정치 공작에 정권이 앞장섰던 셈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은커녕 적폐청산TF의 법적 근거를 대라며 아우성이다.
국가시스템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질서와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유린해온 사람들이, 천인공노할 정치 공작과 무자비한 정치 보복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정치 보복'을 운운하고 있다. 이 황당무계한 상황은 역으로, MB 정권의 반헌법적 국기문란 행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할 이유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헌법가치를 처참하게 짓뭉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법적 근거를 따져묻는 어처구니 없는 장면과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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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대라는 MB, 헌법가치 짓뭉갤 때는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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