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 김봉기 님, 그의 작품전시공간에서 작품을 설명합니다.
임현철
"들어오세요. 차 한잔하시죠. 연잎 차 괜찮지요?""아주 좋습니다."경북 상주의 판화가 호재 김봉기씨 작업실. 차탁 주위에 앉습니다. 그가 익숙하게 손을 놀립니다. 침묵 속으로 연 향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연잎이 데워지고, 우러나자 비로소 차가 됩니다. 연잎이 연잎차로 만들어지기까지와 마찬가지로, 연잎이 연잎 차로 변하는 순간 속에는 우리네 삶처럼 많은 과정이 녹아 있습니다. 차, 한 순배씩 돕니다. 연잎 차, 그렇게 몸속에 자리 잡습니다.
"시국이 어수선했던 상황 세상서 할 일 많았다"예나 지금이나 그는 폼 나는 예술가입니다. 그와의 만남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당시 유황오리 집을 운영하며 식당에 판화 등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투잡족이었습니다. 말이 '예술가'지, 현실은 한 가지 재능으로 먹고살기 척박한 세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그에게 평화로운 삶을 허락하지 않은 탓입니다. 세상은 그에게 늘 새로운 개척을 요구했습니다. 아마, 그가 쌍계사 문을 막차고 나온 순간부터 예고되었던 일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