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메시지 되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남소연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이 있다. 이른바 '문빠'라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맹신에 가까운 지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연예인처럼 정치인을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현상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은 분명 낯선 풍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소위 정치 전문가들은 정치인은 비판의 대상이지 맹신의 대상일 수 없다고 말하며 문빠들을 꾸짖는다.
한 일간지는 그 현상을 '홍위병'에 비유하며 "문 대통령의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반지성주의적 자세라고 비난했다. 문빠 현상이 사회 전반의 주목을 받으면서 '문위병' "문슬림' '문베충' 등과 같은,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양산되기도 했다.
'문빠 현상'의 연원문빠 현상을 올바로 평가하자면 그 연원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다. 시중에 널리 회자되는, 문빠 현상에 대한 설명도 노무현의 죽음에서 문빠의 연원을 찾는다.
그 설명에 따르자면 노무현 지지자들이 과거 노무현이 죽음으로 내몰릴 때 그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혹은 부채의식을 갖게 됐고, 그런 부채의식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빠 현상에 대한 이런 설명은 그에 부정적인 정치 전문가들의 시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 설명에서 문빠 현상이란 본질적으로 노무현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비롯한 노무현·문재인 지지자들의 집단적 피해망상이 발현된 것이고, 이는 문빠 현상이 정치적으로 아무런 정당성 혹은 합리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이 개떼처럼 문재인을 감싸고 도는 것이 문빠 현상의 본질이고, 거기엔 어떤 지성도 합리성도 민주적 시민의 덕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문빠 현상에 대한 아주 그릇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봄 검찰 수사 당시 홈페이지를 폐쇄하며 노무현이 남겼던 말을 되새겨 보자. "더 이상 저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말 속엔 때론 길거리에서, 때론 재판정에서, 때론 국회에서 노무현 자신이 일생을 바쳐 지켜왔던 가치들(민주주의, 진보, 정의)에 자신의 존재 자체가 짐이 되고 있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고통스러운 자각이 담겨 있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처럼 삶이 비극적인 순간이 있을까? 그렇게 노무현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노무현을 버리라고 절규했고, 끝내 노무현 자신 마저 노무현을 버렸다. 홈페이지를 폐쇄한지 한 달이 되지 않아 노무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판적 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