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과 시민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며 함께 눈물 흘리는 시민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요하
먼저 '기억'에 관한 사항입니다. 우리 부부는 세월호를 잊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기억의 가치와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것은, 단지 세월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았습니다. 망각의 늪에 빠져서, 다시 말해 망각이 습성화되어 수많은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최초의 해양 참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의 한성호, 창경호, 남영호, 서해훼리호 참사에서 매우 비슷한 사고 원인과 수습 과정, 정부의 대처 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해양 사고들로부터 아무런 대처 방법이나 능력을 축적시키지 못하고 완전히 망각한 탓에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결국 세월호 참사는 '인권참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참사 당시의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를 국민들의 기억에서 지우기 위해 갖가지 폭거와 같은 행위들을 저질렀고, 수많은 국민들이 부화뇌동하듯 망각을 찬양하였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세월호가 왜 침몰하게 되었는지, 정부는 왜 조사를 방해하고 유족을 핍박하며 무엇을 감추려고 했는지, 딱 그거 한가지다!"라는 유족들의 절규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내가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것에는 깊은 '반성'이 깔려 있습니다. 망각의 편리와 거짓 합리화를 추구하는 심리가 내 안에도 잠복해 있지 않았나? 라는 자문 앞에서 나는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우리 국민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반성에 대한 사유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 안에는 반성 공간이 매우 협소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국난을 겪으면서도 원인을 분별하고 대비책을 확고히 수립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 것은 뼈저린 반성이 기초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형, 혹 '역사의식'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예전에 어떤 친구는 과거의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이 역사의식이라고 강변하더군요.
역사의식이란 한마디로 ''역사에 대한 관심과 사랑'입니다. 오늘의 역사를 슬기롭고 아름답게 만들려는 마음과 노력이 바로 역사의식입니다.
세월호의 노란 리본을 비난하시는 김형도 조금이나마 역사의식을 지니고 사시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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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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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태까지 세월호 배지를 달고 다니냐"는 김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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