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피해자 무용 <쓰리쓰리랑> 기획자 안은미 감독이 군피해자 유가족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이희훈
안 감독은 지난 4개월여 동안 군피해자들과 소통하며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지난 5월 자신의 강의를 듣던 한 참가자의 소개로 공복순 '군치유센터 함께' 대표(고 노우빈 일병 어머니)를 만난 안 감독은 "군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공연의 연출을 결심했다.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안 낳아봤어요. 이 문제는 제가 공감하기 제일 어려운 영역이죠. 처음엔 훅 겁이 나더라고요. 근데 피해자 엄마들을 만나보면서 (공연을 준비하기로) 결심했어요. 어떤 어머니 말씀이 아들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 잘 안 들어준대요. 다른 어머니는 친척들이라고 해도 한 3년까지만 들어준대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들이 아들 이름을 원 없이 불러봤으면 좋겠어요."무대에는 군에서 사망 혹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입고 나온 이들의 어머니 6명과 안은미컴퍼니 무용가들이 함께 오른다. 안 감독은 "뭘 억지로 짜내는 무대가 아니다. 엄마들이 이 세상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쏟아내는 게 공연의 주를 이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엄마들이 이런 이야기까지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어휴, 자식을 얼마나 약하게 낳았으면...', '부모가 얼마나 죄를 지었으면 애를 먼저 보내나...' 충격 받았어요. 세상에는 부드럽게 태어난 사람도 있고 딱딱하게 태어난 사람도 있거든요. 때문에 사람을 군대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해요. 이제 참으며 사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아니, 그런 시대는 떠나보내야 해요. 적어도 사람의 생명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안 감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무용가다. 안은미컴퍼니 예술감독, 대구시립무용단장,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 예술감독, 부산국제무용제 국제 프로그래머 등을 역임하며 수많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유럽에서 그에게 뜨거운 반응을 보여 여러 차례 순회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른바 '빡빡머리'는 안 감독을 상징하는 수식어다. 최근 안 감독의 무대에 오른 이들은 그의 외형처럼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또 평범한 사람이기도 했다.
지난해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안심(安心)땐스>를 선보인 안 감독은 지난 5월엔 저신장장애인들과의 <대심(大心)땐스>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 감독은 성소수자들과 함께 <방심(放心)땐스>를 선보이며 3부작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이외에도 안 감독은 우리네 할머니들(<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책임감에 억눌린 아저씨들(<무책임한 땐스>),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사심없는 땐스>)과 함께 '몸의 3부작'을 진행해 국내는 물론 유럽 순회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요. 그렇지만 그 안에 새로움이 필요하잖아요. 용기도, 힘도 필요해요. 그럴 때 우리는 춤을 통해서 새로운 힘을 만들어냈어요. 이 시대에 춤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누굴까요? 우리 주변엔 미디어를 이용할 수 없는 힘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힘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잘 살지만, 힘이 부족하거나 약한 사람들은 누군가 함께하지 않으면 힘 받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춤도 혼자 출 때는 부끄럽지만, 같이 추면 숨어서라도 추잖아요.""군피해자치유지원센터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공부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