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는 성주 주민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가 강행된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 도중 한 주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우성
이익을 얻는 자와 피해 보는 자, 논의 시작해야 할 곳 평화주의자들은 종종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나는 오히려 군사 안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들이야말로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드만 보더라도 그 효용성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 마치 그것이 있어야만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전에서 한 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는 사드의 효용성을 점쟁이 점치듯 장담하는 태도야말로 현실주의와 가장 거리가 멀다. 평화와 안보를 오직 군사적 수단에만의 존하겠다는 생각이야 말로 가장 비현실적이다.
사실 사드 효용성에 관한 논쟁은 다소 뜬구름 잡을 수밖에 없다. 한 번도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으니 각자의 추측과 예상으로 토론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사드 배치는 사람들 눈 가리고 한밤중과 꼭두새벽에 도둑놈 담 넘듯 후다닥 해치울 일이 아니라, 신중하고 진지한 사회적 토론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가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이런 토론은 현실주의에 입각했을 때 더 생산적으로 진행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드와 관련해서 우리가 던질 수 있는 현실주의에 입각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이익을 얻는가? 반대로 사드 배치로 피해를 보는 건 누구인가?" 이익을 얻는 건 사드의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이고 피해를 입는 건 성주 주민이다. 사드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 찬성론자든 반대론자든 이견이 있기가 힘들다. 여기서 토론이 시작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것국민의 삶을 망가뜨리는 건 안보도 국익도 아니다. 과거 보수정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정권에서도 국가안보나 국익 같은 거대한 이데올로기로 국민들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일들이 일어났다.
그때마다 정부는 그 사업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 떨었지만, 그토록 중요한 안보와 국익의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다. 혹은 안보와 국익을 얻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는지를 검토하거나 고려한 적도 없다. 늘 뜬구름 잡는 안보와 국익을 위해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아무리 소수라도 하더라도, 아무리 평범한 시골 주민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안보를 깨뜨리는 일이다. 북한 미사일만이 국민의 안보를 위협하는 게 아니다. 백남기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했던 공권력, 세월호 참사 때 보여줬던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함 모두 국민의 안보를 심하게 해쳤다.
나는 이번 사드 배치가 내용과 절차 면에서 모두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아직 문재인 정부에게 한 번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임시'로 배치한 만큼 즉각 배치를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시작하길 바란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이 국민이라는 것을, 그 국민에는 성주 소성리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포함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보수정부가 하는 것처럼 뜬구름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공포를 확산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안심하고 평화를 누리며 일상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진짜 안보를 위한 정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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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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