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민원담당관이 지난 7월께 채희준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민변 제공
국정원 민원담당관도 지난 7월께 채희준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보호센터는 신변보호 경찰관을 통해 집단 귀순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변호사님들과 면담할 의사가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했다"라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변보호 경찰관으로부터 종업원들이 한 명도 예외없이 변호사님들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와 경찰에서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호결정이 해제돼 경찰과 통일부에서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관리하고 있다"라는 국정원의 주장과 전혀 다른 증언이 나왔다. 통일부의 고위인사가 "탈북 종업원들은 국정원의 특별보호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라고 말한 것이다.
장경욱·채희준 등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 7월 28일 정승훈 통일부 공동체기반조성국장(현 정세분석국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국장은 "탈북 종업원들은 국정원에서 보호를 결정한 특별보호대상이어서 통일부에서는 이들의 교육과 주택만 지원했다"라며 "특별보호대상으로 지정되면 별도의 해제절차가 없다"라고 말했다.
당시 면담에 참석했던 장경욱 변호사는 "당시 정 국장이 '무슨 일반보호냐, 국정원이 특별보호하고 있다, 국정원이 통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라고, 채희준 변호사는 "정 국장이 '국정원이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놓고 있어서 우리도 맘대로 접촉할 수 없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 통일부의 한 관계자도 "집단탈북이란 특성, 북한의 선전 공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변보호를 위해서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 제8조에 의해서 국정원장이 6개월 동안 보호를 결정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①항에 따르면, 통일부장관이 협의회의 심의를 통해 탈북자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국정원장이 보호여부를 결정한 뒤 통일부장관에게 통보한다는 것이다.
정 국장의 발언에 따르면 탈북 종업원들은 국정원의 특별보호대상이다. 즉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가'급 경호대상으로 분류돼 밀착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욱 변호사는 "그로 인해 여종업원들은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신분이 급상승했다"라고 꼬집었다.
시행령 제14조에는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범위'를 ▲ 형법(내란), 군형법(반란), 국가보안법에 따른 죄를 범하였거나 범할 목적으로 있다가 전향 의사를 표시한 사람 ▲ 북한의 노동당 등에서 북한체제 수호를 위하여 적극 활동한 사람 ▲ 첨단과학에 첩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 종업원들이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국정원으로부터 특별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13명의 집단탈북'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이들에게 '특별한 무엇'을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경찰에 지난 1년간 탈북 종업원들을 관리해왔음을 증명하는 신변보호 담당관의 업무일지 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국정원 특별관리'를 뒷받침한다. 장경욱·채희준 변호사 등이 지난 8월 24일 이재열 경찰청 보안국장을 만났을 때 이 국장은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관리하면서 작성한 자료도 없고, 신변보호 담당관의 보고도 없었고, (국정원 등으로부터) 어떠한 면담 신청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채희준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는 경찰이 탈북 종업원들의 신변을 보호·관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장소만 보호센터에서 모처로 바뀌었을 뿐 국정원이 실질적으로 계속 보호·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탈북민들이 하나원을 나오면 이들을 관리하는 주무부서는 국정원에서 통일부로 바뀌고, 통일부가 경찰이나 지자체에 요청해 이들의 신변을 보호한다"라며 "그런데 (국정원이 이들을 특별보호대상에 지정해놓고 있어서) 통일부가 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1명이라도 자진탈북 아니라면 북으로 돌려보내야"채희준 변호사는 "북의 가족들이 딸들의 신변과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어렵게 우리에게 위임장을 보내줬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기를 쓰고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라며 "이것도 이들이 들어올 때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반증한다"라고 지적했다.
채 변호사는 "식당에서 서빙하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종업원들이 '국가안전보장'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라며 "종업원들은 지배인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람이지 자율성을 갖고 일하는 책임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채 변호사는 "종업원 12명 가운데 1명이라도 자진해서 탈북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확인해서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라며 "그 1명에게 나머지 11명을 위해 희생하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통일문제 전문가인 A씨도 "탈북 종업원들 중에 돌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라고 말했고, 여권 인사인 B씨도 "몇 명은 한국행을 원했지만 12명을 다 데리고 온 데에는 공작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의심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총선 전에 당당하게 공개했으면 계속 공개 원칙으로 가야지 북가족, 신변 위협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라며 "자진해서 집단 귀순했다고 한다면 왜 이제까지 기자회견 한번 안하나? 그 전에 기자회견했던 귀순자들은 북에 가족이 없었나?"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 외에 누구도 이들을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진해서 탈북한 것인지, 타의에 의해 납치된 것인지, 지난해 8월에 보호센터에서 출소했는지, 올 3월에 대학에 입학했는지 등을 알 수 없다"라며 "이제라도 탈북 종업원들을 제대로 조사하고,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개혁발전위에 의견서를 냈지만 답변이 없다"라며 "(국정원개혁발전위가 국정원을) 확실히 장악하기 힘든 구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획탈북 의혹이 '국정원 적폐 목록'에 오르지 않는 이유국정원개혁발전위 산하 적폐청산TF가 작성한 '국정원 적폐 청산 목록'에 기획탈북 의혹 사건은 없다. 북한 종업원 집단 입국이 국정원에 의한 기획탈북으로 확인될 경우 이것이 남북관계과 국정원의 존폐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여권 인사 B씨는 "확실한 공작으로 확인되면 국정원 문을 닫으라는 해야 할 사안이어서 목록에 들어가기 어렵다"라며 "설령 사실이라도 해도 묻고 가야 할 사안이다, 이것은 개별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씨는 "서훈 국정원장에게 확인했는데 돌이킬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억류할 때와는 다르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됐기 때문에 돌려보낼 수 없다고 했다"라며 "북한으로 돌려보낼 경우 우리가 국가의 책임을 버리게 되고, (돌려보내야 한다면) 역망명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B씨는 "(탈북 종업원 문제를) 남북적십자회담 카드로 쓰기도 어렵다"라며 "북한이 핵 이외에 쓸 카드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이 이것을 카드로 쓰다가 얼버무릴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에서 두세 번 의사를 묻고 확인했는데, 탈북 종업원들이 공개석상이나 또는 제한된 공개석상에 나와서 자기들 의사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채희준 변호사는 "탈북 종업원들의 진실이 꼭 확인될 것이다"라며 "감춘다고 해도 밝혀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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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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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탈북 종업원, 국정원이 '특별관리'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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