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오후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증거은닉 혐의로 청구된 댓글부대 관련자 구속영장을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자, 법조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 역시 두 차례나 입장을 내고 "사법 불신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의 전·현직 간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노아무개 전 양지회 기획실장과 박아무개 양지회 사무총장은 각각 2012년 대선 정국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댓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와 이를 은폐하려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댓글 팀장으로 활동한 노씨의 영장을 기각하며 "범죄혐의는 소명되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증거은닉이 포착된 박씨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은닉한 물건의 증거가치,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관계 등에 비춰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범행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각 사유를 들었다.
검찰 즉각 반발 "사법 체제 불신 우려된다"검찰은 즉각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날 오전 "이 건은 양지회가 국정원으로부터 수억대의 국가 예산으로 활동비를 지급받으며 노골적인 사이버 대선 개입과 정치관여를 한 사안"이라며 "수사가 이뤄지자 단순한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기로 하면서 관련 증거를 은닉했음에도 구속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위와 같은 입장을 밝힌 지 약 8시간 후인 오전 11시 42분경 검찰은 A4용지 1장 분량을 입장을 배포하고 최근 잇따른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결정에 재차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은 "최근 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후, 우병우·정유라·이영선·국정원댓글 관련자·KAI 관련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많은 차이가 있다"면서 "국민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도 덧붙였다.
법조계 반응도 뜨겁다. 조지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디지털위원회 위원장은 "원세훈 국정원장이 징역 4년 나왔는데 그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조직적으로 (댓글 활동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 가볍게 본 것 같다"며 "원칙적으로 불구속 수사는 맞지만, 법원이 민주주의 근간을 해친 범죄에 대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