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북극곰
캥거루라면 털빛이 다를 수 있고, 사람이라면 살빛이나 머리빛이나 눈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쓰는 말이 다를 수 있고, 생각이나 꿈이 다를 수 있어요. 힘이나 키나 몸집이 다를 수 있고, 솜씨나 재주가 다를 수 있어요.
키가 크거나 작아도 모두 똑같은 캥거루요 사람입니다. 털빛이나 머리빛이 달라도 모두 똑같은 캥거루이면서 사람이지요. 겉모습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겉모습은 누구나 다르기 마련이에요.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즐거이 사귈 수 있을 테고요.
에릭 바튀 님이 빚은 그림책 <빨강 캥거루>(북극곰 펴냄)는 어느 날 수많은 다른 캥거루하고 털빛이 매우 다른 새끼 캥거루가 태어난 이야기로 첫머리를 엽니다. 어느 캥거루 마을에서 털빛이 빨간 캥거루가 태어나자 이웃이 모두 놀라면서 무서워해요.
처음 보니까 무서워할 수 있지만, 나하고 다르니까 '쟤는 뭔가 무서워!' 하는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이때에 빨강 캥거루를 낳은 어미 캥거루는 슬기롭게 이웃을 마주해요. 그저 털빛이 빨갈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이웃들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못해요.
그리고 어미 캥거루는 빨간 털빛인 새끼 캥거루를 더 따스히 품으면서 슬기로이 가르칩니다. 다른 캥거루보다 힘이 여리더라도, 다른 캥거루보다 잘 놀라더라도, 다른 캥거루가 하는 일을 못 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빨간 새끼 캥거루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북돋우지요.
빨강은 무지개가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싶었어요.엄마가 말했어요."아직 어떤 캥거루도 무지개가 어디서 오는지 알아내지 못했단다. 캥거루는 용감할 뿐만 아니라 지혜롭기도 한데 말이야."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