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인 서울 가좌지구 행복주택의 경쟁률은 전체 47.5:1이었고, 사회초년생 모집 부분은 303.9:1에 육박했다. 그만큼 많은 인원이 신청했다. 공공임대주택은 당첨 확률이 '로또'라고 불릴 만큼 입주 수요가 많다.
세입자들은 저성장 상황에서 고용은 불안하고 임금은 제자리인 반면, 전·월세 임대료는 많이 올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주거비는 가계에서 가장 큰 지출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매달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저축 여력이 없어지고 임대료 지불에 급급 하는 '월세형 인간'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 구매력 하락으로 내수에 적신호가 켜졌고, 결혼 기피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임금은 정체되고 고용은 불안한 저성장 시대, 왜 유독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오르는가?
도시 개발, 세입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저성장 시대에는 은행금리가 낮아도 마땅한 수익을 낼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사업가들은 대출을 받아 신규 사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본은 더 나은 수익 투자처를 찾게 되는데, 생활의 필수재인 주택이 그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었고, 돈이 풀리자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높아져 주택 가격이 오르게 됐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경우, 임대인들은 대출이자를 갚고 추가로 수익을 내기 위해 임대료를 올려야 한다.
지난 정부의 경제성장은 바로 세입자의 임대료를 기반으로 집값을 올리고 대출을 확대해 이룬 '부채 성장'이었고, '부채 성장'은 세입자에게 주거비 부담과 주거불안을 남겨주었다.
지난 정부가 부채성장을 통해 세입자에게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을 안겨줬다면, 다른 역대 정부들은 세입자에게 친화적인 정부였을까? 역대 정부들도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의 구조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데 한몫했다.
주거 불안을 야기한 지난 정부들의 정책기조를 살펴보겠다.
첫째, 도시화에 따른 개발 이익에서 세입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현대사회는 도시에서 전 인구의 92%가 거주하는 시대다. 도시, 특히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게 되면 주택 수요가 많아져서 땅값·주택가격이 구조적으로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땅값·주택가격 상승은 바로 주택이나 상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땅이나 주택을 소유한 계층, 재건축·재개발 투자자들은 지대이익을 누린 반면, 땅 한 평 가지지 않았던 세입자들은 이익은커녕, 높아진 임대료 부담과 함께 재건축·재개발로 비자발적 이주를 강요당하는 난민 신세가 됐다.
둘째, 세입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지 않았다.
4인 이상 거주 가능한 중대형 평수(32평형 이상) 중심으로 주택이 공급됐지만, 세입자들은 대부분 1~3인 가구다. 이들에게 맞는 평수인 (초)소형(12평형~25평형) 공급은 제한됐다. 중대형 위주로 공급한 이유는 주택을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바라본 측면이 강하다. 중대형으로 지어야 건축자재와 건축비가 많아져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경기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입자들이 원하는 규모의 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기는커녕, 세입자들이 주로 거주했던 연립주택이나 소형 저층 아파트를 재건축·재개발로 오히려 멸실시켰다. 세입자들의 주거 여건은 더 나빠졌고 주거비 부담 또한 커졌다.
셋째, 세입자들이 경제 성장의 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의 피해가 세입자 계층에게 집중됐다. 1990년을 기준으로 2015년도까지 소득분위별 소득점유율이 하위 40% 계층에서만 감소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이들 계층에게 오지 않았다.
소득분위 하위 40%는 주거거주 형태로 보면 상당수가 세입자들이다.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 실업자, 노년층, 청년층이다.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물가와 주거비는 올랐기 때문에 이들의 경제생활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세입자 주거비 경감 위해 공공임대주택 250만 호 확보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