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대화? 퇴장하는 하태경 의원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의원들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북한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아야한다는 주장에 반발하며 퇴장하고 있다.
남소연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5일 한국당을 맹렬히 성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부로 한국당은 가짜 보수 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보수의 최고 가치가 안보다. 근데 한국당은 안보지킴이 정당이 아니라 안보팔이 정당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핵실험 직후 국회를 보이콧해서 대통령 행정부가 미국과 힘을 합쳐 김정은을 압박하는데 우리 국회는 싸움만 하고 있다. 한국당의 보이콧에 가장 박수칠 사람은 김정은이었다. 이런 정당이 어떻게 보수정당, 안보정당이라 할 수 있나"라며 한국당을 맹비난했다. 앞서 하태경 의원은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 시위 중이던 한국당 의원들과 뜨거운 설전을 펼친 바 있다.
보수가 떠받치는 두 개의 중심축이 '경제'와 '안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다. 그런데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시국에 그동안 '안보 정당'을 자처해왔던 한국당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부심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안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보다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고있는 김장겸 사장의 구명에 더 신경쓰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안보의 암흑기, 자유한국당 집권기사정이 이러하니 한국당을 카리켜 "전쟁나면 안 보일 정당", "안보 지킴이가 아닌 안보팔이 정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이 집권할 당시 보수정권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대처로 일관해온 터였다. 지난 2015년 8월에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이 그 비근한 예일 터다. 북한이 DMZ에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가 폭발하면서 2명의 군인이 중상을 입은 이 사건으로 당시 정부여당과 군은 각계로부터 혹독한 질타를 받아야 했다.
당시 군은 최초 사건이 발생한 시점인 8월4일부터 일주일 동안 기자들에게 '엠바고'를 걸어놓고 관련 사실을 철저히 함구했다. 비상 시국임에도 경계 태세를 평상시처럼 유지하는가 하면, 추가로 있을지 모르는 DMZ 내의 목함지뢰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도 펼치지 않았다. 군은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페이스북에 관련 사실을 언급한 9일이 돼서야 북한에 의한 지뢰 도발 사실을 일반에 공개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더욱 가관은 목함지뢰 사건이 일반에 공개된 이후다. 평소 북의 도발에 즉각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왔던 정부여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군이 꺼내든 대응책은 어이없게도 '대북 확성기'였다. 북한의 지뢰도발로 군인 2명이 중상을 입은 중대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정부여당과 군이 꺼내든 강력한 대응이 고작 대북심리전 용도로 사용하는 대북 확성기였던 것이다.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응징에 나설 것처럼 큰소리를 치더니 고작 확성기로 심리전을 하는 데 그친 셈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여당이 보여준 행태였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이 8월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국방부가 관련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점은 사건 발생 후 하루가 지난 5일이었다. 주목할 것은 청와대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다. 박 대통령은 그날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했고, 정부는 통일부 장관 명의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의했다. 북한이 지뢰도발을 해온 안보위기 상황이었음에도 대통령과 정부당국은 평소와 다름 없이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정부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지속돼 왔다는 사실이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노크 귀순 사건, 탈북 어민의 NLL 월북 사건 등 국가안보가 '뻥' 뚫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지난 9년 동안 되풀이 돼온 것이다. 안보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정권에서 이같은 안보 공백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인공노할 방산비리, 군 고위층의 비위와 추문 등 기강 해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NSC를 소집하고, 대북 응징능력을 과시하라며 전투기 폭격 훈련을 지시하고, 북핵위기를 탄두 중량 해제의 기회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대처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각계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가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안보정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행태를 고집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이는 당연한 반응일 터다. 국가 안보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문제다. 더욱이 안보에 지극히 무능했던 한국당이 외려 북핵 도발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그들을 향한 시선이 좋으려야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들이 집권할 당시 구멍 뚫인 안보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던 한국당이 북핵 안보 위기 상황에 정기국회를 보이콧하는가 하면, 장외투쟁을 결행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안보가 최우선이라던 '안보정당'의 행태가 대개 이렇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제1야당을 향해 뿔난 시민들의 반문이 빗발치는 이유 말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국가안보가 중요한가, 아니면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장겸 사장의 구명이 중요한가. 자칭 '안보정당' 한국당은 답해야 한다. 대관절 '뭣이 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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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나면 안 보일 안보 정당의 '안보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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