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항의 너른 마당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고 일찍 주꾸미 낚시를 합니다.
김학현
예전에 이 소설을 읽고 실망했었거든요. 싱아 이야기가 아니라서. 하지만 제목만은 잊을 수 없었죠. 그게 지금 막 생각난 거예요. 저의 추억 속에서 잊히고 있는 것들이 싱아, 나문재, 삘기 등이거든요. 나문재를 보는 순간 돌아가신 분들이 살아 제 곁으로 옵니다.
정말로 지천이었습니다. 산에 올라가면 싱아가 지천, 강변으로 가면 삘기가 지천, 바다로 나아가면 나문재가 지천. 그게 다 간식거리, 먹거리였거든요.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하고 고향 강화도를 떠난 이후 한 번도 이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진갑이 되어 만난 나문재가 어릴 때 매콤 짭짜롬 하던 나문재나물의 추억으로 확 살아날 수밖에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는지 모르겠다는 박완서의 투덜거림 섞인 책 제목에 절대 공감하며 살아 온 지 몇 해만인가요. 나문재도 삘기도 누가 다 먹었기에 이리 눈에 띄지 않았던 걸까요. 그러다 오늘 확 제 눈앞에 나문재가 나타난 거예요. 그것도 꽤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이 귀한 게, 이 귀한 게' 하면서 사진에 담았습니다. 물론 이는 제 경우만일 수도 있습니다. 나문재가 그리 귀한 게 아니거든요. 제가 사는 공간이 나문재와 거리를 둔 공간이었던 것일 겁니다. 어쨌든, 아무튼, 하여간, 좌우간 나문재와의 해우는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사람숫자만큼 주꾸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