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을 이렇게 넷이 함께 했다.
JTV 방송화면 캡처
빗속을 달렸던 첫날과 막판에 만나 고생스러웠던 둘째 날을 반추하며 점검해보니 갑돌의 말투에 자신감이 붙어 있다.
단풍이 말라 가고 있지만 대둔산 자락의 붉은빛과 빨갛게 익어가며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의 풍경이 묘하게 겹친다. '내려서 하나 따먹어볼까?'라고 농을 건넬 정도로 여유가 느껴진다. 코스가 험하지 않기도 하지만 이틀 만에 몸에 밴 듯, 갑돌의 바퀴를 굴려가는 소리가 경쾌하다.
전주 방향과 논산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잠깐 숨을 돌리는데 곧이어 만날 말골재가 화제가 된다. '말골재가 만만치는 않을 건데'라는 펜션 아주머니께서 아침에 이야기 한 대목이 떠올랐나 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어제 그제 달려온 것을 볼 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갑돌에게 일러준다. 무엇보다 말골재 넘어 경천을 통해 화산에 이르기까지 긴 내리막이 기가 막힐 거라고 덧붙였다. 내가 말한 그대로의 기분을 느낀 모양이다. 가을빛 가득한 경천저수지에 달했다. 마침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 시간에 처음으로 비포장 길을 만났다. 세 번의 펑크를 겪었지만 천천히 달리니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달려 거사리재를 넘고 화산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거리 35km 가량.
동행했던 PD가 골랐을까 동행하지 않았던 작가가 골랐을까?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장면에서 갑돌과 길벗의 심경 그대로를 담은 김동률의 <출발>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기 시작한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우리는 딱 그런 기분과 심정으로 이 길을 달린 것 같다.
가수는 이어지는 가사에서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라고 경쾌한 목소리로 담아낸다. 노래 구절 한마디 한마디가 둘이 같이 달린 2박 3일간의 여정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선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