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하는 치아 신경치료 괜찮은 걸까?

[서평] 치과에 갈 때마다 속는 것 같은 당신을 위한 <치과 사용 설명서>

등록 2017.09.06 16:31수정 2017.09.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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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 사용 설명서> 책표지.
<치과 사용 설명서> 책표지.라온북
별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최대한 피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치과도 그런 곳. 무섭고 불편해서 문턱이 높은 곳이고, 높은 치료비 때문에 높은 문턱을 느끼는, 여하간 마음 복잡해지곤 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나이를 더해가면서 치과 치료가 잦아지고 있다. 치료비도 점점 많이 들고 있다. 치료를 받을 때마다 의사의 권고대로 '몇 개월에 한번씩 미리 들러 신경치료나 발치까지 해야 할 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게 하자' 마음먹곤 했지만, 번번이 그때뿐이었다.


그런데, 선택의 여지없이 갈 수밖에 없는 곳이라면 최대한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병을 키워 치료는 치료대로 하면서 많은 돈을 잡아먹기 전에 가는 게 현명하다 싶다. 사실 20여 년 전부터 해오던 생각이다. 그런데 한 번도 그리 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아마 쉽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사정이 이러지 않을까 싶다. '치과에 갈 때마다 속는 것 같은 당신을 위한 <치과 사용 설명서>(라온북 펴냄)'는 나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치과가 막연히 두렵거나 꺼려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신경치료가 발치보다 더 위험하다고?

'신경치료라는 것이 치아가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치료이기 때문이다. '신경치료'는 다른 말로 Pulpectomy라고도 부르는데, 이 뜻은 '신경제거술'이다. 즉 신경치료는 염증이 있는 신경을 살리는 치료가 아니라 염증이 생긴 신경을 제거하는 치료이다. 감각을 느끼는 신경이 제거되니까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통증 역시 못 느끼니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하다고 생각될 거다. 하지만 치아에 있는 신경을 제거해서 편해지는 게 정말 좋은 걸까? 절대 그렇지 않다.' -140~142쪽

남편은 선천적으로 잇몸이 좀 약한 데다가(?) 교통사고 등으로 청년기에 이미 이를 몇 개 잃은 때문인지 치아 때문에 고생하곤 한다. 나보다 치과에 자주 가는 편이다. 이런 사정의 남편에게 들려준 부분이다.


애초 치과 치료에 이력이 났던 남편은 (돌이켜보니 참 미련스럽게도) 약으로 다스려 보다가 병원에 가겠다는 내게 적극적으로 치과 치료를 권하곤 했다. 남편에게서 신경치료란 말을 자주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이 아마도 남편은 그냥 보편적인 치료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신경치료가 발치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 부분이다. 현직 치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이 치료한 사례를 섞어 설명한다. 그래서 이해가 쉬운 것 같다. 저자에 의하면 사람들이 너무 쉽게 신경치료를 원하곤 한단다. 그런데 신경치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한다고 한다.


우리 몸 스스로 어느 정도의 세균이나 염증은 방어하거나 치료하는 방어체계 혹은 면역체계가 갖춰져 있는데 치아도 마찬가지. 그런데 '신경치료는 방어체계의 핵심인 레이더를 제거하는 꼴, 신경치료한 치아는 감각이 없어서 어지간한 염증에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충치가 생기더라도 전혀 신호가 없으므로 별다른 처치도 하지 못하기(142쪽)'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경치료는 우선 당장은 아픔을 보다 빨리 쉽게 줄일 수 있는 데다가, 기간이 긴 치과 치료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편한 치료 방법이지만, 결론적으로 또 다른 증상으로 악화시킬 수 있는 그런 치료인 것이다. 몹쓸 지경이 될 때까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해 더 큰 고통과 돈을 부르게 된다는 말이다.

사실 남편이 대수롭지 않게 신경치료에 대해 말했고, 몇 번 받았는데 크게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신경치료를 좀 가볍게 생각하기도 했다.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통증을 멈추게 하는 그런 처치 정도로 말이다. 이런지라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천만다행이란 생각이다.  

치과 치료는 부르는 게 값이다?
같은 치료, 치과마다 왜 치료비가 다를까?
치과에 대해 일단 좀 알자!

'몇몇 치과에서는 선착순 00명 무료 체험단 후기 이벤트를 하고 정작 치과에 방문하면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얼마 전에 이벤트가 마감됐다며 대신에 최대한 비용은 맞춰드리겠다며 유인한다.' -74쪽.

'임산부의 치과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예를 들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과 잇몸병이 있는 여성 둘 중에 누가 더 조산 확률이 높을까? 놀랍게도 담배보다도 치주염을 앓는 경우 조산의 위험이 더 크다. 담배가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라 치주염이 그만큼 임산부에게 안 좋다는 것이다.' -171쪽.

외에도 책은 ▲풍치와 치매 또는 다른 병이나 질환들과의 상관관계 ▲임플란트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보험사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치아보험의 비밀 ▲치과에 속지 않으려면 알아야 할 것들 ▲치료 시 의사에게 당연하게 요구해야 할 것 ▲교정 치료, 적정 시기는? ▲사랑니를 둘러싼 것들 ▲양치질이 최고예방이자 치료다? ▲충치는 전염병이다? ▲임신 중 치과치료의 득과 실 ▲좋은 치과(의사) 선택하는 팁 ▲대기실 텔레비전을 반드시 살펴라? 등 치과 관련 알아야 할 것들을 6장에 걸쳐 조목조목 들려준다.

솔직히 책제목 아래의 '치과의사 99%가 말하지 않는 치과 진료의 진실!'이란 설명 때문에 치과의 진실을 파헤치는, 일종의 내부 고발서로 기대했고, 그래서 더욱 선택했다.

이 책의 존재를 알기 그 얼마 전 '그 지역 치과들의 치료 가격 담합에 반대, 양심적 치료와 그에 합당한 치료비를 제시한 지역의 한 치과가 담합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치과들로부터 부당한 대우(권리침해)와 보복을 받았다'는 내용의 뉴스도 접했다.

이런지라 더더욱 치과 또는 치과치료의 부당한 현실을 파헤쳐주는 일종의 내부고발서로 기대했던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다. 그런데 그보다는 치과나 그 치료에 대해 설명하는 쪽에 더 치중한 책이다. 그럼에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뭣보다 모르기 때문에 부당한 치료비를 지불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덧붙이는 글 <치과 사용설명서>(강혁권) | 라온북 | 2017-07-20 ㅣ정가 13,800원

치과 사용설명서 - 치과에 갈 때마다 속는 것 같은 당신을 위한

강혁권 지음,
라온북, 2017


#치과(치료) #신경치료 #임플란트 #치주염 #라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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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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