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카성 천수각
이상명
덴덴타운, 유니버설 재팬 등 아이들을 위한 장소를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날 밤이 되었다. 숙소 근처 도톤보리에서 저녁을 먹고 또다시 인형 뽑기에 열중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어릴 적 아이들과 함께한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주인공들이 토이 크레인에 가득 담겨 있으니 마냥 신기한 모양이었다. 도라에몽 앞에서 둘째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신이 났었으니까. 근처 꼬치구이 가게에서 야식까지 먹고 다시 인형 뽑기를 했다. 그래, 뭐. 여행 왔으니까. 마지막 날 밤이니까 원하는 대로 실컷 하렴. 이런 마음으로.
출국 전 오사카 혐한시위로 긴장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여행 내내 즐겁고 신났던 기분으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다. 얼마나 도톤보리 거리를 누비고 다녔던 걸까. 같은 인형뽑기 가게를 여러차례 들락날락하고 같은 거리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한 인형뽑기 가게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인형을 뽑고 나는 가게 입구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나를 쳐다보는 이상한 느낌에 옆을 봤고 한 무리의 일본 청년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담배를 물고는 자신들끼리 턱으로 나를 가리키며 일본어로 무언가 말하는 것이 보였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언론에서 떠들던 한국인 테러가 생각났다는 사실. 큰아이는 오사카 혐한시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9살 둘째는 전혀 모르는 데다 크게 한국어로 떠들며 내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뽑아 든 인형을 주기도 했기에…. 빠르게 이 가게를, 이 거리를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았다. 마지막 밤은 도톤보리에서 늦게까지 놀겠다며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둘째 손목을 잡고 정신없이 숙소를 향해 걸었다.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고 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즐겁고 신났던 시간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갓 20살 넘었을 듯 보이는 청년들. 그릇된 애국심에서 비롯된 우국충정이 관광객을 향한 테러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일본인을 테러했다는 뉴스는 지금껏 없었지만, 세계 어느 곳이나 그릇된 생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일본인 전체는 아니라고 되뇌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일본 청년의 너무도 차가웠던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마지막 밤을 보내고 귀국하는 날을 맞았다. 어젯밤 있었던 잊고 싶던 기억들을 뒤로하고 오사카에서의 좋았던 기억만을 안고 가리라 마음먹으며 한국관광객들에게 인기 많았던 회전 초밥 100엔 스시집을 들렀다. 달걀 초밥이 100엔이었고 500엔까지 있었다. 바지락을 넣은 된장국과 함께 맛있게 식사를 했다. 초밥집 아주머니는 무척 친절했다. 일본인이라고 한국인을 모두 혐오하는 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