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랑꽃게랑다리의 가장 높은 곳에 커다란 배의 키가 있습니다. 한 번 잡고 인생의 방향을 정해봄직합니다.
김학현
마을을 가로지르는 좁은 고샅길이 있습니다.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습니다. 골목길, 비탈길, 두렁길, 두멧길, 황톳길, 올레길이 있습니다. 올레길은 마을의 큰 길에서 집의 대문에 이르는 좁은 골목길을 이르는데 제주도의 올레길 때문에 참 유명해진 길입니다.
안면도엔 서해 쪽으로 한쪽만(천수만 쪽으로는 연결된 바닷가 길보다는 외톨이길이 많음)이긴 하지만 바닷가를 빙 도는 둘레길이 있습니다. 둘레길은 숲길, 산길, 바닷가길 그리고 꽤 넓은 한길도 있습니다. 목장 길처럼 만들어진 길도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진창길, 눈이 와 녹으면 질척대는 눈석잇길이 있습니다.
제가 안면도의 길을 걸을 때는 대부분 새벽이나 이른 아침입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걸으니까요. 그래서 저에게 안면도의 길은 외로움을 삼키며 홀로 걸어야 하는 외딴길입니다. 혹 가다 아침 운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 호들갑스레 인사를 하죠. 해수욕장이나 횟집으로 알려진 곳에 이르면 왁자지껄한 길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런 안면도의 길들을 걸으며 생각하려 합니다. 생각하며 걸으려 합니다. 걷다 멈추려 합니다. 멈추고 사진에 담으려고 합니다. 사진에 담고 감상하려 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려 합니다. 산문도 되고 시도 될 겁니다. 이 행복의 길로 초청합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동행해 주실 거죠?